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전기차의 성장이 돋보이면서 국내 배터리 3사도 실적 개선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전기차의 성장세가 유지되면서 LG화학이 가장 먼저 자동차 전지 사업에서 흑자를 거뒀고 삼성SDI, SK이노베이션도 수익성 개선을 현실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5일 관련 업계와 SK증권에 따르면 6월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23만 대를 기록하면서 전체 완성차 판매 시장 내 비중이 3.56%까지 확대됐다.
월간 기준으로 완성차 판매시장 내 전기차의 침투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1% 감소하며 절대적인 판매량은 줄어든 것으로 보이나, 같은 기간 글로벌 완성차 판매량이 17% 급감했다는 점에서 내연기관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기 침체의 영향을 덜 받고 성장세를 지속한 것으로 해석된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경기침체 탓에 절대 판매량이 줄어들었지만, 전기차의 현실화 과정은 계속해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시장은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성수기에 진입하고 유럽과 중국시장이 회복되면서 성장 모멘텀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국내 배터리 3사의 흑자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미 LG화학은 올 2분기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은 물론 3분기에는 유럽 주요 고객 전기차 신규 모델 출시 등으로 전체 전지부문의 매출이 전 분기보다 2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간으로는 매출액이 13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도 우호적인 전기차 시장 환경에서 전지사업의 실적을 개선 중이다. 삼성SDI는 올해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올해 5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내년에는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신규 가동한 해외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조기 안정화하면서 빠르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배터리 사업은 2분기 글로벌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일회성 비용의 증가로 인해 113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나 ‘선(先)수주, 후(後) 증설’이라는 원칙에 따라 생산능력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흑자 전환은 시간 문제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본격적으로 개화한 전기차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는 배터리 3사는 차세대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을 다각도로 기울이고 있다.
LG화학은 GM과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NCMA) 배터리를 내년께 상용화할 것으로 보인다. NCMA 배터리는 코발트 사용량을 70% 이하로 줄여 제조 단가를 낮춘 대신, 니켈 비중을 높여 주행거리를 640㎞ 이상으로 대폭 늘리는 동시에 알루미늄을 포함해 안정성을 높였다.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의 양산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바꾼 이 배터리는 주행거리를 800㎞ 이상으로 늘릴 수 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오픈 이노베이션을 활용, 차세대 배터리 기술 확보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리튬 이온 배터리를 개발, 상용화해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존 굿이너프 미국 텍사스대학교 교수와 함께 차세대 배터리 중 하나로 평가받는 리튬 메탈(Lithium-Metal) 배터리를 구현하기 위한 ‘고체 전해질’ 연구를 진행한다.
SK이노베이션은 기존 배터리 연구소가 현재 상용화된 리튬 이온 배터리에 최적화돼 있어 차세대 배터리 연구에 고정관념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이번 연구를 아예 분리해서 모든 가능성을 열고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