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항체 의약품 개발의 혁신기술 보유한 바이오 벤처 기업인 ‘허밍버드 바이오 사이언스(Hummingbird Bioscience)’에 투자를 단행했다.
중국의 바이오 벤처에 투자한 지 7개월 만에 또다시 바이오 기업에 자금을 투입하며 바이오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SK㈜는 11일 싱가포르 바이오 벤처 기업인 허밍버드에 투자하며 항체 의약품 시장 진출을 위한 혁신기술 선점에 나섰다. 이번 투자는 약 80억 원 규모로 진행됐으며 SK㈜가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다.
항체 의약품이란 질환을 유발하는 단백질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항원의 작용을 방해하는 체내 면역 단백질로, 대표적 바이오 의약품으로 꼽힌다. 부작용이 적고 약효가 뛰어나 대형 제약사들이 앞다퉈 개발 중인 고부가 약품이다.
허밍버드는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사노피(Sanofi) 출신 전문가들이 혁신적인 항체신약 개발을 위해 2015년에 설립한 바이오 벤처로, 본사는 싱가포르에 있으며 미국 휴스턴에 임상개발센터를 두고 있다.
허밍버드는 항체신약개발의 핵심 요소인 최적의 항체 발굴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기존 항체 개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항체 개발은 항원을 동물에 주입해 최적의 항체를 찾아가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다 보니 항원의 특정 부위에만 선별적으로 결합하는 항체를 단시간에 만들기 어려웠다.
하지만 허밍버드는 단백질 구조를 예측해 항체가 결합하기 가장 좋은 부위를 선별하고, 선정된 부위에만 결합하는 자체적인 항체 발굴 기술(RADㆍRational Antibody Discovery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신약 개발 과정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최적의 신약후보물질을 발굴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허밍버드의 성장 잠재력은 업계에서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작년 2월 미국 텍사스 암 예방 연구소(CPRIT)가 1300만 달러(약 158억 원) 규모의 연구비를 지원했고, 같은 해 8월 영국 암 연구소(Cancer Research UK)도 허밍버드의 항암 신약후보 물질 임상 1상 비용을 지원했다. 연구기관에서 임상 단계의 신약후보 물질을 지원하는 것은 매우 드물다. 허밍버드는 지난해 9월에는 다국적 제약사 암젠(Amgen)과 최대 1억 달러(약 1219억 원) 규모의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SK㈜는 허밍버드 투자 이전부터 바이오 벤처 투자를 진행,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며 이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 투자한 중국의 바이오 벤처 ‘하버바이오메드(Harbour BioMed)’는 사노피, 존슨앤존슨 등 글로벌 제약사와 하버드 의대 출신 전문가들이 2016년 설립한 바이오 벤처다. 중국 상하이 본사 및 네덜란드 로테르담, 미국 보스턴에 자회사를 두고 있으며 항암과 면역질환 치료용 항체 의약품을 개발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SK㈜는 약 900억 원 규모로 진행된 하버바이오메드 투자에 싱가포르투자청(GIC), 레전드캐피탈 등과 공동 참여했다.
SK㈜는 이러한 투자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바이오 의약품 시장 진입과 함께 신약개발 자회사인 SK바이오팜과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SK바이오팜이 독자 개발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는 미국 시장에서 ‘엑스코프리’라는 이름으로 출시를 앞두고 있다.
SK㈜ 관계자는 “앞으로도 바이오·제약 혁신기술 확보를 위한 다양한 글로벌 투자와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글로벌 바이오제약 시장조사 업체인 이벨류에이트파마(EvaluatePharma)에 따르면, 바이오 의약품 시장 규모는 2018년 2430억 달러(약 290조 원)에서 2024년 3880억 달러(약 470조 원) 수준으로 연평균 8% 이상의 높은 성장세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