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21세기 새로운 경제지표 되나

입력 2020-05-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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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대공황, GDP·실업률 등 현대 지표 도입 계기…코로나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 달성도가 중요한 기준 될 듯

▲일본 도쿄의 1월 초 대비 비활동성 추이. 단위 %. ※4월 7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도쿄와 주요 도시에 긴급사태 선언.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일본 도쿄의 1월 초 대비 비활동성 추이. 단위 %. ※4월 7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도쿄와 주요 도시에 긴급사태 선언.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1930년대 대공황은 국내총생산(GDP)과 실업률 등 현대 경제지표가 도입되는 계기가 됐다. 당시 세계 각국 정부가 경제정책 성과를 보다 정확하게 판단하고자 지표를 중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공황 당시처럼 이번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달성도가 21세기의 새로운 경제지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망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새로운 대규모 집단감염 발생을 피하면서 경제활동 재개를 목표로 하는 세계 각국에 있어서 경기회복을 향한 전략의 핵심이 될 수 있다고 WSJ는 강조했다. 정부나 IT 대기업, 스타트업 등이 사회적 거리두기 달성도를 이해하기 쉬운 수치나 단계로 표시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GDP가 국내 생산을 단일 수치로 망라해 광범위한 경제활동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하는 것처럼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표로 만들려면 예측 모델이나 통계 분야 전문가가 사회적 거리에 관한 방대한 데이터를 통합할 필요가 있다.

위치정보 스타트업 유나캐스트(Unacast)의 토머스 월 공동설립자는 “인구밀도에 주목하는 것은 너무 단순하다”며 “시민의 행동을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다양한 각도에서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나캐스트는 최근 스마트폰의 익명화한 위치 데이터를 활용하는 자사 앱 랭킹정보에 ‘인간 만남(Human Encounter)’이라는 항목을 추가했다. 이는 두 스마트폰이 최대 1시간 동안 50m 이내 위치에 있다면 두 사람이 만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하는 기능이다. 월 설립자는 “이 지표는 대략적인 추측에 지나지 않지만 우리는 약 2000만 대 스마트폰으로부터 하루 수십 억 건에 이르는 위치정보 신호를 수집하고 있다”며 “이런 방대한 데이터량에 의해 지표가 의미를 지니게 된다”고 말했다.

유나캐스트는 이를 활용해 의류업체 매장이나 영화관 등 비필수 업종 점포에의 방문이나 평균 이동거리 등 데이터를 종합해 사회적 거리두기 달성도를 단계로 표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현재 미국 전체 달성도는 ‘D-플러스’ 수준이다. 그러나 네바다주는 ‘B’로, 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F’로 각각 평가받는 등 주마다 격차가 있다.

일부 정부 지도자들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해 수치 목표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이에 시민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고 목표 진척 상황을 측정하는 지표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긴급사태를 선언했을 때 국민에게 다른 사람과의 접촉 기회를 80% 줄일 것을 요청했다.

이후 도쿄 도심 방문자 수나 주요 지하철역 개찰구 이용 상황 등의 변화를 나타낸 데이터를 전하는 보도가 잇따랐다. 그러나 이런 데이터는 실태의 일부만 파악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예를 들어 집 근처에서 다른 곳으로 멀리 이동하지 않은 사람도 동네 쇼핑몰로 몰려드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 국립정보학연구소의 미즈노 다카유키 연구원이 이끄는 연구팀은 스마트폰 데이터를 활용, 도쿄 전체의 ‘자숙지수’를 산출하고 있다. 이 지수에 따르면 4월 27일 도쿄 주민 중 외출한 사람 비율은 예년보다 약 53% 줄었다. 이는 큰 변화다. 다만 아베 총리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미즈노 연구원은 “문제가 있는 지역을 파악해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일본 정부가 발표하는 전국의 일률적인 80% 감축 목표는 의미가 없다. 사람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등 구체적 목표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IT 대기업도 사회적 거리두기 지표화를 모색하고 있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은 공원과 전철 역, 버스 정거장, 슈퍼마켓 등 세계 각지 20만 곳 이상의 공공장소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연초 대비 얼마나 변했는지 비교하는 데이터를 며칠 간격으로 제공하고 있다. 애플도 자사 지도 앱의 경로 검색 수를 바탕으로 외출 상황을 추정한 데이터를 날마다 갱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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