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분양가 아파트 '할인 분양' 급증

입력 2008-09-29 08:36 수정 2008-09-2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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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하자 없어...건설업계 '모럴헤저드' 지적

분양시장이 극심한 침체가 이어지면서 주택업계도 미분양을 털어내는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 특히 미분양을 털어내기 위해 분양가를 승인 당시부터 깎아주는, 이른바 할인분양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할인분양은 주변시세에 비해 턱없이 높은 분양가를 책정하는'배짱 분양가' 아파트가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일단 분양가를 높게 책정한 후 할인분양을 통해 마치 분양가를 싸게 해주는 것처럼 보이는 주택업계의 '분양가 마케팅'이란 비판도 일고 있다.

그간 대량 미분양에 시달리던 여의도 '파크센터 오피스텔'은 미분양 물량에 한해 약 20% 가량 분양가를 깎아주는 할인분양을 시작했다. 이 오피스텔은 시행사인 리앤리에셋이 공사비를 납부하지 못해 시공사인 성지건설이 미분양물량인 111실을 대물보상으로 받았고, 성지건설은 다시 분양업체인 파크센터프로퍼티스에 이를 매각한 것.

파크센터프로퍼티스는 미분양 물량에 대해 226㎡형은 당초 3.3㎡당 2897만원에서 2333만원으로, 그리고 202㎡는 당초 3.3㎡당 2632만원에서 2104만원으로 각각 20%가량 할인된 금액에 재분양을 시작했다.

이 같은 할인분양은 비단 이 오피스텔만 해당하는 경우는 아니다. 실제로 미분양 적체에 따른 자금 압박이 상대적으로 약한 대형 브랜드의 경우도 '배짱분양-할인분양' 순환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서초아트자이와 이수자이, 서교자이다.

GS건설이 분양한 이들 주상복합 아파트의 경우 대형업체 브랜드란 이유만으로 모두 지역 최고 분양가를 갈아치웠지만 턱없이 높은 분양가는 결국 '대량 미분양'이란 부메랑으로 회사에게 되돌아왔다.

결국 GS건설은 이들 물량에 대해 당초 계약시에는 없던 계약금 할인, 중도금 무이자 대출, 발코니 무료확장 등 새로운 조건을 내걸어 세대당 3000만~4000만원 가량의 분양가 할인 혜택을 줬다.

미분양 적체가 훨씬 심한 지방의 경우 이 같은 할인분양은 사실상 정례화된 '법칙'수준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 배후지역 중 유일하게 토지 및 주택거래 허가지역을 벗어난 조치원 일대가 대표적인 예다.

행복도시 후광효과를 내세우며 업체들의 분양이 집중됐던 충남 조치원시의 경우 대림산업, GS건설, 우방, 신동아건설 등 대형업체들이 죽림리와 신안리 일대에 2500여 세대를 공급했지만 실수요 없이 투기심리만 노린 채 분양한 이들 분양은 대거 미분양 신세를 면치 못한 것.

공급물량의 절반이 넘는 미분양 물량은 결국 시행사들의 공사비 미납에 따라 대물보상으로 시공사에 넘어간 뒤 최대 30%까지 분양가가 깎이고도 주인을 만나지 못하고 있는 신세다.

또 부산지역 공급 과잉에도 공급이 이어졌던 경남 양산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양산시 웅상읍에 분양된 한일유앤아이, 신원아침도시 등도 입주 후 미분양 물량을 최고 30%까지 할인된 가격에 팔고 있어 원 계약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물론 턱없이 높은 배짱 분양가를 책정한 물량이 대거 미분양이 난 것은 '사필귀정(事必歸正)'으로 지적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선량하게 업체가 제시하는 조건만 믿고' 계약한 원 계약자들이다.

할인분양은 법적으로 하자가 없어 '사기분양'으로 취급되지 않는다. 여의도 파크센터 오피스텔 분양 관계자는 "20%가량 할인분양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계약된 물건은 층과 향이 좋아 프리미엄이 할인분양 물량보다 더 붙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선호물량과 비선호 물량의 향후 가격차이를 봤을 때 이 같은 할인분양이 원 계약자에게 피해를 입힌다고 보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할인분양으로 법정 소송까지 갔던 전북 군산시 지곡동 은파코아루의 경우 지난 6월 재판부가 "할인분양은 위법으로 보기 어려우며, 위법이라 하더라도 이에 따라 계약자가 손해를 봤다고 보기 어렵다"란 판결을 내리고 소송비용도 모두 원고인 계약자들이 부담케했다.

군산 뿐아니라 대구에서도 업체들의 할인분양에 '뒷통수'를 맞은 원 계약자들이 법정소송까지 가는 등 반발하고 있지만 판례가 내려진 이상 다른 아파트의 소송에서도 이같은 법원의 판단이 바뀔 것으로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더욱이 업체들 역시 할인분양을 할 땐 당초 분양을 했던 시행사가 다시 나서는 경우는 없다. 모두 '대물보상'이란 형태를 통해 다른 업체가 넘기는 '미분양 세탁'을 한 뒤 할인분양을 하고 있어 책임을 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미분양 15만가구 시대를 맞은 요즘들어 건설업체들의 할인 분양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 같은 업체들의 할인분양은 곧 건설업계의 모럴헤저드란 비판도 거세다.

부동산써브 채훈식 리서티센터장은 "할인분양의 원초적인 이유는 바로 '배짱분양가'에 있다"며 "원 계약자들은 업체의 신용을 믿고 분양계약을 한 것인 만큼 할인 분양에 따른 분양가 손실에 대해 충실히 보상해줘야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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