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와 기업체감경기가 완전히 얼어붙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의 파장이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서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96.9로 1월보다 7.3포인트(P) 급락했다. 2015년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유행 이후 4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액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2월 실적치가 78.9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2월(62.4) 이래 11년 만에 가장 낮았다. 3월 BSI 전망치는 84.4에 그쳤다.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는데도 그렇다. 한은의 CCSI 조사는 감염병이 지역사회로 확산하면서 확진자가 급격하게 증가하기 이전인 2월 10~17일 이뤄졌다. 한경연의 BSI도 2·3차 감염이 발생하기 전 조사된 결과다. 지금 시점의 소비심리와 기업체감경기는 더 심각하게 추락했을 것이고, 이런 추세는 3월에도 이어져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공산이 크다.
CCSI를 구성하는 모든 지표가 바닥이다. 6개월 전과 현재를 비교한 경기판단 소비자동향지수(CSI)부터 66으로 전월대비 12P 떨어졌고, 현재와 비교한 6개월 후 전망인 향후 CSI는 11P 하락한 76에 그쳤다. 가계수입과 소비지출, 현재 생활형편과 전망 모두 급격히 낮아졌다. 취업기회와 임금 수준, 물가상승률 등에 대한 소비자 기대 또한 최저 수준이다. 지금 코로나19에 대한 공포에 휩싸여 국민들의 일상적인 소비마저 중단된 상황이다.
2월부터 가라앉은 기업경기의 부문별 3월 전망BSI는 내수(86.5), 수출(89.7), 투자(91.8), 자금(93.1), 고용(95.4), 채산성(93.1) 등에서 모두 부정적이다. BSI는 10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낙관적인 평가이고 반대의 경우 비관을 뜻한다. 기업들은 특히 코로나19의 충격으로 내수 위축과 생산 차질, 수출 감소 등을 가장 많이 우려했다. 피해가 큰 업종은 여행, 운송, 외식, 자동차, 석유·화학제품, 도소매 등이 우선적으로 꼽혔다.
전염병 확산으로 국민보건도 경제도 비상한 상황이다. 처음 중국 공장의 가동중단으로 부품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국내 기업이 마비된 단계를 넘어, 이제 국민들이 움직이지 않으니 소비가 얼어붙은 상태다. 전방위적인 경제 쇼크로 성장률이 추락하는 악순환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는 긴급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모든 대책을 동원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차단을 위한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서 신뢰를 상실했다. 전염병 확산에 따른 민생의 고통과 경제 난국은 이미 장기화 국면에 들어섰다. 하루빨리 코로나19 사태를 가라앉혀 국민들이 공포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인데, 솔직히 기대감이 생기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