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강하고 세련된 준중형차, 포르테

입력 2008-08-29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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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나온 기아의 준중형차 세피아는 한때 선두인 현대를 가장 강력히 위협하던 존재였다. 그러나 1997년 기아가 현대에 합병된 이후에는 준중형 클래스에서 3~4위를 맴도는 모델로 전락했다. 세피아를 베이스로 만든 스펙트라는 물론이고 아반떼XD의 피를 물려받은 쎄라토도 현대의 아성을 넘을 수 없었다.

절치부심한 기아는 5년 만에 ‘포르테’라는 신작을 발표하며 새로운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29개월간 2100억원을 투입해 만들었다는 기아의 새 모델은 과연 어떤 성능을 지니고 있을까?

기아차는 ‘동급 최대 사이즈’를 내세우지만 사실 실제로 보면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앞뒤 오버행이 짧고 트렁크 리드가 짧은 하이데크 스타일로 디자인됐기 때문. 기아차 디자인 담당 부사장인 피터 슈라이어가 강조하는 ‘직선’을 차체 곳곳에 강조한 덕분에 차가 힘 있고 단단해 보인다. 하지만 측면 로커패널 아래에 거칠게 노출된 하체는 ‘옥의 티’다. 트렁크 내부에도 철판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좀 더 세심한 마무리가 아쉽다.

국내 준중형차 중 최초로 적용된 3실린더 타입의 하이테크 슈퍼비전 클러스터는 외부 환경에 상관없이 또렷한 시야를 제공하는 게 장점이다. 수입차 중에서는 종종 볼 수 있으나 타사 중형차에도 없는 장비여서 단연 돋보인다. 버튼 시동 스마트 키 역시 타사 중형차에 없는 고급 장비다.

그러나 이 버튼 시동 스마트 키는 자동변속기가 기본인 SLi 모델 이상만 달려있다. 즉, 수동변속기 모델을 고른 이는 선택조차 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이해가 되지 않는 옵션 운영이다.

뒷좌석은 기아가 자랑하듯 동급에서 가장 넉넉하다. 특히 뒷좌석 바닥 가운데 부분을 기존 세단의 3분의 1 수준인 45mm로 낮춰 3명이 타기에 편리하도록 했다. 하지만 뒷좌석 암레스트는 가장 비싼 SLi(1711만원)이상에만 달려 나오고, 그 외의 모델은 선택조차 할 수 없다. 원가가 그리 비싼 것도 아닐 텐데 이럴 필요가 있을까 싶다.

출발은 경쾌하다. 손에 착 달라붙는 그립력 좋은 스티어링 휠 디자인은 앞으로 나올 쏘울(Soul)에도 쓰일 것이라고 기아차 관계자가 귀띔한다.

최고출력 124마력은 107~121마력인 동급 준중형차보다 월등히 앞서는 수치. 자동 4단 변속기와 매칭된 이 엔진은 시속 160km까지 꽤 만족스런 가속력을 보여준다. 스포티한 드라이빙을 즐기는 젊은층을 위해 일부러 부밍음을 강조했다는 게 기아차 연구원의 설명이다.

그러나 최고시속인 182km를 기록하려면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이 대목에서 기아차 관계자는 “1600cc급 경쟁모델들이 대부분 이 정도의 최고시속을 갖고 있다”고 ‘해명’한다. 그러나 ‘스포티’를 컨셉트로 했다는 포르테로서는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아반떼(HD)를 베이스로 한 포르테가 아반떼와 결정적으로 차이나는 점은 후륜 서스펜션이다. 아반떼는 승차감을 위해 멀티링크를 사용했으나, 포르테는 이를 토션빔으로 바꿨다. 기아차 관계자는 “연비를 높이기 위해 무게가 상대적으로 가벼운 토션빔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토션빔은 일반적으로 원가를 낮추기 위해 선택하는 앞바퀴굴림용 후륜 서스펜션이다. 이 때문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원가를 낮추려했다”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기아차 연구원은 “튜닝이 적절히 되면 멀티링크 못지않은 핸들링 성능을 지닐 수 있다”고 반박한다. 과연 그럴까?

시승장에서 고속 슬라럼으로 차를 흔들어 보니 연구원의 설명에 믿음이 간다. 17인치를 단 포르테 SLi 모델은 좌우 롤링이 적고 곧바로 자세를 추스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반면 승차감을 위주로 한 16인치 휠 장착 모델은 이보다 약간 밀리는 편이었다. 승차감은 아반떼보다는 살짝 튀는 느낌. 이는 토션빔 서스펜션의 약점이기도 하다.

포르테는 아반떼보다 가격대가 약간 높다. 물론 비싼 만큼 편의장비도 더 풍부하다. 그간 현대와의 관계에서 늘 ‘서자(庶子)’의 설움을 겪던 기아로서는 놀라운 변신이 아닐 수 없다. 즉, 동급에서 늘 현대차보다 싼 차의 이미지를 주었던 기아가 변신을 시도하는 첫 주자로 포르테를 내세운 것이다.

포르테는 이러한 기아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안전사양의 선택폭을 늘렸다. 커튼&사이드 에어백과 자세제어장치를 모든 트림에서 선택 가능하도록 한 것. 그러나 버튼 시동 스마트 키는 최고급형 SLi에만 달려 나오며, 음성인식 DMB 내비게이션은 Si 모델 이상만 선택 가능하다. 룸미러 내장형 자동요금징수시스템(ETCS) 역시 SLi를 고르는 사람만 이용할 수 있다.

기아차가 포르테에 거는 기대는 상당하다. 많은 기자들을 초청한 이번 시승회에서도 그런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일부 편의장비의 선택폭을 더욱 넓힌다면 포르테의 준중형차 1위 등극이 현실로 이뤄질 것 같다는 느낌이다.

기아 포르테 1.6 CVVT SLi

레이아웃-------앞 엔진, 앞바퀴 굴림, 4도어, 5인승 세단

엔진, 기어----- 직렬 4기통 1.6ℓ 가솔린 엔진, 124마력/15.9kg ․ m 자동 4단

길이×너비×높이-4530×1775×1460mm

서스펜션 앞/뒤--스트럿/토션빔

타이어 앞, 뒤---모두 215/45R17

연비, 가격------14.1km/ℓ, 1711만원

BEST---------안정된 핸들링과 스포티한 감각

WORST-------옵션 선택폭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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