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일 서울공항에서 전용기를 타고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태국으로 향했다. 문 대통령은 5일까지 아세안 3(한·중·일) 및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한다.
이날 서울공항에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청와대에서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강기정 정무수석 등이 나와 문 대통령을 환송했다.
문 대통령은 이들과 공항에서 잠시 환담을 했고, 전용기를 타로 이동하는 중에는 이 원내대표와 별도로 대화하는 모습도 보였다.
문 대통령은 환송인사들에게 지난달 29일 별세한 모친 (故)강한옥 여사와 관련해 "어머님께서 많이 편찮아 지셨음에도 자주 찾아뵐 수가 없었다"며 "기껏해야 근처에 가면 잠시 인사드리는 정도밖에 할 수가 없었다. 그것이 가장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조용한 가족장'을 치르며 정치인 등의 조문을 사양한 것에 대해 "어머님 장례식에 모든 분을 모실 수 없어 죄송스러웠다"며 "그럼에도 여러분들과 국민의 따뜻한 위로의 말씀들로 소박하게 잘 치를 수 있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아세안 국가 정상들이 참석하게 될 25일부터 부산에서 열리는 '2019 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제1차 한ㆍ메콩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마지막으로 환기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신남방정책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
신남방정책은 한-아세안 관계를 4강 중심으로 끌어올려 세계 경제회복의 엔진이자 블루오션인 인도ㆍ아세안과 전면적 협력 시대를 열어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정부의 핵심 외교정책이다. 특히 이번 태국 방문은 임기 반환점(9일) 직후 개최되는 만큼 임기 전반부의 외교성과로 아세안 국가와의 관계 격상을 대내외에 과시할 최적의 기회가 될 전망이다.
4일 오전에는 아세안 3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은 아세안 3의 협력 심화 기반을 조성하려는 지속 가능한 공동체 건설 등 역내 협력 지향점을 제시하고 기여 의지를 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기대하는 성과 중 하나는 교착 상태에 놓여있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등의 진전을 위한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태국 방문 관련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동아시아정상회의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의 진전을 위한 우리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설명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진전을 위한 지지도 당부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아세안 국가 대부분은 남ㆍ북한 모두와 수교 관계를 맺고 있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진전을 위한 협력을 약속받는다면 이는 문 대통령의 짐을 한결 가볍게 해줄 수 있을 전망이다.
이번 태국 방문은 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만남 여부가 주목된다. 같은 기간 아베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대신한 리커창 중국 총리도 동아시아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일각에서 기대한 동아시아 정상회의 계기 한일정상회담은 이뤄지지 않지만,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조우 자체에 관심이 쏠린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과 일본의 수출규제 및 한일정보보호협정종료 결정 등으로 한일 관계가 냉각된 상태에서 두 정상의 만남이 한일 관계의 '물꼬'를 틀지는 초미의 관심사다.
양 정상은 지난 6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10초 악수' 이후 약 5개월 만에 정상회의에 다시 만나는 만큼 '10초 악수'보다 진전된 대화가 이뤄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그러나 최근 일왕 즉위식 계기에 이낙연 국무총리와 아베 총리 간 회담에서 양측의 입장차가 재확인된 것을 고려하면 한일 정상 간 정식 회담이 성사될 확률은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일정상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눌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번 방문에는 민주당 전현희ㆍ강병원ㆍ오영훈 의원이 특별수행을 위해 동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