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주재하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물가 상승률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사진제공=기획재정부)](https://img.etoday.co.kr/pto_db/2019/10/600/20191003155403_1372838_1200_856.jpg)
‘기저효과’는 경제지표가 악화할 때마다 정부에서 만병통치약처럼 쓰는 단어다. 기저효과는 기준시점의 지표가 이례적으로 위축되거나 부풀려져 현시점의 상황을 왜곡하는 현상이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전환되고, 투자가 급감한 원인은 기저효과다. 반대로 경제지표가 개선되면 정책효과다. 이 같이 ‘편리한 해석’도 없다. 실체적 위기나 정책적 실책을 들춰낼 필요가 없다. 지표 등락에 맞춰 기저효과와 정책효과 중 하나를 고르면 그만이다.
3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보다 0.4% 하락했고 수출액은 11.7% 감소했다. 정부는 기저효과를 내세웠다. 지난해 농산물 가격은 폭염으로 급등했고, 반도체 D램 가격은 최고점을 찍었다는 게 근거다. 하지만 고교 무상정책(-0.17%포인트(P))과 농산물 기저효과(-0.16%P)를 감안해도 물가 상승률은 마이너스(-0.07%)다. 수출액은 반도체뿐 아니라 석유제품(-18.8%), 석유화학(-17.6%), 디스플레이(-17.1%) 등 주력품목이 모두 부진했다. 배경을 한두 가지로 특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설비투자가 1997년 이후 최장기간 감소를 기록하고, 취업자 증가 폭이 3000명으로 축소됐을 때에도 핑계는 있었다. 반도체설비 증설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실업자 중 상당수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전후에 취업한 40대로 고용여건이 취약하다는 것이었다. 경제지표가 악화할 때마다 정부는 과거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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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아전인수격 지표 해석을 놓고 기재부 내에서도 자성론이 나온다. 여론이나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문제를 보다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물가만 보더라도 고령화 추세 등을 고려하면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는 게 사실이고, 앞으로도 저물가 혹은 마이너스 물가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지금처럼 포장하는 데 급급하다가 나중에 정말 큰 문제가 생기면 그땐 정부가 기존에 했던 말들이 다 거짓말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정부의 시그널이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길게 봤을 땐 모든 문제를 투명하게 오픈해 진지하게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