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추파(秋波) 추호(秋毫)

입력 2019-10-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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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10월 1일이다. 9월까지는 더러 여름 못지않은 늦더위도 있지만 10월부터는 완연한 가을이다. 가을은 아름다운 계절이고, 아름다운 계절이다 보니 가을과 관련이 있는 단어도 많다. 추파나 추호도 본래는 그런 아름다운 단어 중의 하나였다.

추파는 秋波라고 쓰며 각 글자는 ‘가을 추’, ‘물결 파’이다. 글자대로 풀이하자면 ‘가을 물결’이지만 이 단어의 속뜻은 “은근한 정을 나타내는 여성의 아름다운 눈짓”이다. 秋波가 언제부터 이런 속뜻을 갖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혹자는 중국 위진남북조 시대의 시인 사곤(謝鯤)의 고사에서 비롯되었다고 하고, 혹자는 당나라 때의 시인 이하(李賀)의 시로부터 유래했다고도 한다. 그러나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5대10국 시대 남당(南唐)의 풍류황제였던 이욱(李煜)의 시 “눈빛은 암암리에 내 영혼을 낚는 듯, 마치 가을 물결이 흐르는 것 같네(眼色暗相鉤,秋波橫欲流)”라는 구절에 나오는 ‘秋波’이다.

추호는 ‘秋毫’라고 쓰며 ‘毫’는 ‘털 호’라고 훈독하므로 글자대로 풀자면 ‘가을 털’이다. 가을이 되면 동물들은 겨울 추위를 견디기 위해 온몸에 새로운 털이 난다. 이렇게 새로 난 털들은 너무 가늘어서 눈에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여기서 秋毫는 아주 적거나 조금인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그 뜻이 확장되었다. 강하게 부정할 때 사용하는 “추호도 그런 적이 없다”는 말의 추호는 곧 매우 미세한 정도 즉 ‘조금치’라는 뜻인 것이다.

추파를 보내야 할 한 사람에게만 진정을 담아 보낸다면 그런 여인은 절세미인이 될 수 있지만 아무에게나 함부로 추파를 던지는 여인은 창녀에 다름이 아니다. ‘추호도 법을 어긴 적이 없다’고 큰소리쳤는데 알고 보니 대도(大盜)라면 그런 사람은 창녀보다도 더 더러운 인간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함부로 추파를 던지는 사람도 없어야 할 것이고, 많은 죄를 지었음에도 추호의 죄도 없다고 거짓말을 해대는 사람도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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