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유비무환(有備無患)

입력 2019-09-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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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본래는 좋은 의미로 널리 사용하던 말이나 물건이었는데 특정인이나 집단에서 엉뚱한 목적으로 남용한 결과 일반인들이 사용하기를 꺼리게 된 경우가 있다. 광복 후에 북한에 들어온 사회주의 이념은 관원, 학자, 자본가, 노동자, 농민 등 기존 사회에 형성되어 있던 신분을 다 타파해야 할 ‘계급’으로 여김으로써 프롤레타리아 계급에 속하는 노동자와 농민을 제외한 나머지 신분은 일절 인정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모두가 다 평등해야 한다면서 택한 칭호가 ‘동무’이다. 아버지도 ‘아바이동무’라고 불렀고 스승도 ‘선생동무’라고 불렀다. 6·25전쟁을 겪으면서 남과 북은 완전히 적이 되어 버렸기 때문에 남한에서는 동무라는 말이 사실상 금지어가 되었다. “동무들아 오너라. 서로들 손잡고 노래하며 춤추며 놀아보자. 낮에는 해 동무, 밤에는 달 동무, 우리들은 즐거운 노래동무”라는 아름다운 동요도 더 이상 부를 수 없게 되었다.

태극기는 우리나라의 상징임에도 2~3년 전부터 특정 집단에서 주로 사용함으로써 ‘태극기 부대’라는 말이 생겨난 후로는 국경일이나 기념일에 태극기를 게양하는 일 외에 태극기를 들고 나서는 일이 망설여지게 되었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는 말이 있다. 있을 유(有), 갖출 비(備), 없을 무(無), 근심 환(患), ‘준비가 있으면 근심이 없다’는 뜻이다. 중국의 고전인 ‘좌전(左傳)’의 양공(襄公)11년 조에 나오는 거안사위, 사직유비, 유비무환(居安思危, 思則有備, 有備無患:편안할 때에 위험을 생각하고, 생각을 했으면 준비를 하라. 준비를 해두면 환난이 없느니라.)이라는 말에 뿌리를 두고 있는 말이다. 참으로 좋은 말이지만 박정희 독재 시절에 반공이념을 강조하며 북한의 침공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하도 많이 해대던 말이라서 그 후로 사람들이 이 말을 사용하는 것을 적잖이 꺼렸었다. 동무, 태극기, 유비무환, 이제는 누구라도 이 말의 본뜻대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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