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5적(敵)>①불황보다 더 무서운 불확실성

입력 2019-07-08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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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고속성장을 이끌어온 주력 산업이 일제히 ‘내리막길’이다. 대내외 악재 속에서도 그나마 상승세를 타던 업종은 정점을 지나고 있고, 일찌감치 부진에 시달리던 업종은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에 더해 일본의 경제보복, 노동생산성 저하, 규제 개혁 지연 등 끝없는 장애물에 기업들은 투자의욕을 상실한 채 ‘불확실성의 터널’에 갇혀 있다. 재계는 ‘불황’ 보다 ‘불확실성’이 문제라고 걱정한다.

7일 증권가와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 전망은 2분기 대비 8000억원 증가하는 수준에서 엇갈리고 있는데, 하반기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게 공통된 견해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도 4614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39%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수출 규제 영향이 반영되지 않아 추가 하향될 가능성도 있다.

더 큰 문제는 불확실성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대외 변수에 민감하기 때문에 미ㆍ중 무역전쟁의 ‘유탄’에 자칫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고, 일본의 경제보복은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 굴기’를 부르짖는 중국도 위협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가격은 이미 하락세로 돌아섰다.

현대중공업그룹(현대중공업 및 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포함),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대형 조선 3사가 수주한 일감은 올해 들어 6월말까지 89억8000억달러(현대중공업그룹 추정치 포함)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3%(금액) 줄었다. 문제는 ‘빅3’ 텃밭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가 신통치 않다. 클락슨은 올해 LNG 운반선 발주 전망치를 55척으로 낮췄다. 작년 말 예상한 전망치는 69척이었다.

화학 업종도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에 8358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SK이노베이션은 올해 3분기에 5116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업황 부진은 경기 사이클에 따라 개선을 기대할 수 있지만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게 공포감을 키우는 주된 요인이라고 재계는 입을 모은다. 미중 무역분쟁이 여전히 진행형이고, 일본의 경제보복은 그 파장을 가늠하기조차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한·미 기준 금리 역전 상황과 원화 약세로 외국인 투자자 이탈에 따른 자본 유출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재계에서는 현 정부의 노동자 친화 정책 등의 취지는 공감한다면서도 ‘기업 옥죄기’로 비칠 수 있는 규제와 압박을 풀어주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 환경을 둘러싼 여건만 보면 ‘비상경영체제’라는 말로도 부족하다”면서 “기업이나 산업의 체질 변화도 중요하지만 일단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면서 한숨을 내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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