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히토 일왕의 생전 퇴위와 나루히토 왕세자의 즉위가 맞물리면서 일본은 이례적으로 10일간의 긴 연휴를 맞이하게 된다. 이에 일본 은행들과 중개업체들이 외환시장의 변동성과 현금수요 급증에 대비하고 있다고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소개했다.
현재 86세인 아키히토 일왕은 고령을 이유로 오는 4월 30일(현지시간)까지 재위하고 그 다음 날인 5월 1일 나루히토 왕세자가 신왕에 즉위한다.
이를 기념하고자 일본 전역이 축제 분위기에 휩싸일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정부는 4월 27일부터 5월 7일까지를 공휴일로 정했다. 금융당국은 이런 이례적인 휴일 기간이나 이를 앞두고 텅 빈 현금인출기(ATM)와 길게 선 은행 지점 대기줄, 금융시장 혼란 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할 것을 은행들에 촉구했다.
특히 일본은 컴퓨터로 금융시스템이 구축된 이후 처음으로 연호가 바뀌게 된다. 이는 1999년 컴퓨터가 2000년 이후 연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는 ‘밀레니엄 버그’ 공포가 전 세계를 강타했던 상황과 유사하다고 FT는 지적했다.
일본은 일왕 연호로 해를 표시한다. 예를 들어 2019년은 ‘헤이세이 31년’이지만 5월 1일부터는 새 연호로 바뀌게 된다. 현재 거의 모든 금융 문서는 헤이세이로 표기돼 있다. 아키히토 현 일왕이 즉위했던 1989년에는 금융 전산화가 이제 막 시작됐던 시점이다. 즉 일본 금융망은 ‘밀레니엄 버그’와 비슷하게 연호의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컴퓨터 재프로그램이 이뤄져야 한다고 FT는 지적했다.
은행들이 새 연호를 적용할 시간이 촉박한 것도 문제다. 아직 새 연호는 철저하게 비밀이 유지되고 있으며 4월 1일 발표될 예정이다.
또 10일의 연휴 기간 모든 관공서와 사업체 대부분이 문을 닫게 된다. 일본은행(BoJ)은 사람들이 매우 많은 현금을 인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은행들이 미리 현금을 쌓아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본 금융기관들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변동성이 극대화할 리스크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외환시장에서 연휴 동안 엔화 거래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작은 소식에도 환율이 급락하는 등 ‘플래시 크래시(시장의 순간적인 폭락, Flash Crash)가 일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애플의 실적 부진 경고 소식이 전해졌던 올해 1월 3일 도쿄 외환시장은 새해 연휴로 휴장 중이었는데 달러·엔 환율이 큰 폭으로 급락했다.
노무라홀딩스의 고토 유지로 외환 투자전략가는 “일본 수출업체와 생명보험사 등이 ‘플래시 크래시’ 리스크에 대비해 일시적으로 헤징을 확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즈호은행 등 대형 은행들은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 사무소를 통해서 국제 금융시장 관리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증권사들은 고객들이 연휴 동안에 해외시장에서 악재가 터지면 매도 주문을 쏟아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연휴 기간 외국 주식에 대해 매도 주문만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증권사 대부분은 문을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