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각에서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로 조동호 카이스트 교수와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내정자로 박영선 의원을 앉혔다. 4차 산업혁명과 중소·벤처기업 육성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이번 인사 자체가 혁신, 파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소·벤처기업 등 산업계에선 환영하는 눈치다. 하지만 경제계에서는 경제 문외한에게 경제를 맡겼다는 비판적 시각이 있다. 특정 분야에 전문성은 있지만 전체 경제를 아우르기엔 전혀 검증이 안 됐다는 것이다. 지금의 경제 상황에서 모험하기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성공한다면 ‘대박’이지만, 실패하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장기 침체의 전철을 밟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강조한 것처럼 경제회복을 위해선 제2 벤처 붐이나 4차 산업 혁신이 꼭 필요하다. 문제는 출범 100일을 맞는 2기 경제팀의 평가가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이다. 경제사령탑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관리형 경제수장으로선 적임자라는 평가다. 하지만 현 경제 상황을 극복하기엔 주도권을 쥐지 못하고 여당이나 청와대에 끌려간다는 얘기가 많다.
‘왕실장’으로 불리는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은 부동산·도시정책통이지만, 경제 문외한이라는 지적도 있다. 두 경제수장은 소통에서는 긍정적 평가이지만, 현 경제 상황을 주도적으로 이끌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세간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그림자로 있어야 하는 조국 민정수석보다 오히려 더 그림자라는 평가다.
현 경제 상황에 대해 최근 방한한 국제통화기금(IMF)연례협의단은 한국 경제가 투자·고용 부진, 양극화 심화로 ‘역풍’을 맞고 있다며 대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문 대통령으로선 뼈아픈 소리이지만, 한편으로 추경을 통한 재정정책 확장에 힘을 실어준 처방전이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이번 인사에서 혁신을 선택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조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전기·통신 분야 전문가로서 5G(5세대) 이동통신과 무선 충전 전기 자동차 사업 상용화의 적임자로 꼽힌다. 주 신임 보좌관은 SK텔레콤에서 티맵, 멜론, 네이트온 등 여러 IT 혁신 프로젝트 개발에 참여했고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를 맡아 싸이월드를 주도한 IT 분야 전문가다. 특히 한국벤처투자 대표를 맡아 벤처기업 생태계 조성에 큰 그림을 그리면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은 인물이다. 박 중기부 장관 후보자는 4선 의원으로 중소·벤처기업의 지원과 규제 법안을 국회에서 풀 힘이 있다. 문 대통령이 이들 전문가를 전면 배치한 점도 혁신성장과 제2 벤처 붐을 일으켜 달라는 주문이다.
지난해 카이스트에서 조 후보자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조 교수는 무선 충전 전기자동차 관련 강의를 하면서 정부 지원의 문제나 규제에 대해 쓴소리를 많이 했었다. 세계 최고의 기술을 정부가 외면하고 있고 각종 규제로 상용화가 더디게 진행되는 점에 아쉬움을 많이 나타냈다. 당시 강의에서 조 후보자는 정부의 적극 지원과 규제에 대해선 작은 정부로 나아가야 기술 혁신이 이룰 수 있다는 얘기도 했었다.
조 교수의 지적처럼 중기·벤처의 적극적 지원과 과감한 규제개혁 없이는 세계 최고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상용화에서 다른 선진국에 뺏길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전문가에게 벤처와 4차 산업혁명을 맡긴 만큼 이들이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모든 권한을 줘야 한다. 문 대통령이 ‘도 아니면 모’의 모험을 선택한 만큼 출범 100일을 맞은 2기 경제팀 수장에게 계속 맡길지도 중간 점검이 필요하다. 위기에 맞는 경제정책을 수행하기에 부족하다는 세간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만큼 경제가 위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