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이 中企 살리려면] “정주영도 기술로 대출받았다”...중소기업들 하소연

입력 2019-01-02 05:00 수정 2019-01-02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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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재무·담보 가치 하락 땐 자금 회수 나서

경북 중소 제조업체 A사는 지난해 11월 금융감독원 중소기업 상담센터 문을 두드렸다. 이 회사는 한 시중은행에서 신용대출과 신용보증대출(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등 보증기관 보증을 담보로 빌리는 대출)을 사용하고 있었다. 최근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자 은행으로부터 신용대출을 우선 갚으라는 통보를 받았다. 신용대출을 먼저 갚아야 보증부 대출 상환을 연장해준다고 것이다. 금감원은 “은행에 다시 한 번 상황을 설명하고 협의해봐라”고 조언할 수밖에 없었다.

많은 중소·벤처 기업은 재무상태가 나빠지거나 담보 가치가 떨어지면 금융회사가 대출을 회수하는 ‘비 올 때 우산 뺏기’ 식 영업을 한다고 이야기한다. 경기 제조업체 B사도 최근 이어지는 대출 상환 압박이 걱정이다. B사는 2014년 신보 보증으로 일시상환대출(전체 대출금의 80% 보증)을 받았다. 그러나 2017년부터 매출이 부진하자 은행이 조기 상환에 나섰고 현재 B사는 빚을 나눠서 갚고 있다. 20%인 신용대출은 신용도 하락으로 금리가 올랐다고 한다.

특히 자동차·조선 부품업체는 최근 경기 악화와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은행들은 이미 일부 업종을 엄격한 대출 심사가 필요한 ‘관리업종’으로 지정해 돈줄 조이기에 나섰다. 인천 중소 철강제조업체 C사도 은행들이 최근 담보를 깐깐하게 보고 금리가 올랐다고 하소연했다. C사 대표는 “정주영 회장이 영국 버클리은행에 가서 ‘거북선을 만들던 나라’라며 거북선을 보여주고 담보 없이 대출을 받았다”며 “우리나라 시중은행은 기술력을 보려고 한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나마 자금 사정이 나은 중견업체도 상황은 엇비슷하다. 고성에 있는 조선업 중견기업인 D사는 최근 ‘제 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해양플랜트와 조선설비 등 사업을 다양화하며 잇따라 수주에 성공한 덕분이다. 그런데도 선수환급보증(RG)을 발급받는 데 애를 먹었다. 그동안 거래해온 주거래은행이 ‘지금까지 많이 도와줬는데 더 도와달라고 하느냐’며 돈을 거두어들이려고 했기 때문이다. D사 대표는 “우린 제2의 도약기를 맞아 자금을 더 많이 써야 하는데 상환하라고 한다”며 “만기를 그냥 연장해주지 않고 일부 금액을 갚으면서 단기로 연장해주고 있다”고 했다.

그는 “조선업 1위인 중국은 계약만 해오면 RG뿐만 아니라 대출을 한도 없이 내준다고 한다”며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기술력이나 회사 비전 등 수치화할 수 없는 부분까지 반영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올해부터 3년간 기업 설비투자와 사업재편 등에 15조 원을 투입한다. 자동차 부품업체에는 1조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 등 약 3조5000억 원 상당의 자금을 지원한다.

하지만 시중은행 등 민간 영역에서 금융회사의 역할도 필요한 상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회사가 어려울 때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신규 대출을 추가로 못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기존 대출의 경우 회사가 어려울 때 무조건 빼앗기보단 서로 협의할 수 있는 범위를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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