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증시의 S&P500지수는 지난 9월 20일 고점 대비 14.5% 떨어졌다. 그 이후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3.8% 올랐지만 달러 대비 엔화 가격은 지난주 1.1% 오른 후 연중 최저치 수준인 112~113엔 부근을 맴돌고 있다.
WSJ는 올해 4월 달러·엔 환율이 104엔대를 기록하기도 했는데 최근 가격추세는 엔화 가치가 여전히 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수년간 일본이 최저금리 기조를 이어오면서 투자자들은 일본 밖 주식과 채권을 집중적으로 사들였고 대내·외 리스크가 발생하면 해외 보유자산을 털어내고 다시 엔화로 돌아왔다. 이에 엔화는 변동성 장세에서 피난처 성격을 가진 안전자산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금리가 낮은 통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국가의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캐리트레이드에서도 펀드매니저들의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도이체방크 싱가포르의 아시아매크로 전략 담당자인 사미어 고엘은 “올해 달러·엔 움직임이 매우 이례적이고 이상했다”고 말했다. 일본이 올해 엄청난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를 거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엔화 가치가 안정성을 유지하겠지만 굳건한 안전자산으로서의 위상은 떨어지는 모양새다.
WSJ는 펀드매니저들이 여전히 엔화를 캐리트레이드에 이용하면서도 유로 등 다른 통화를 찾아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의 투자자들 역시 최근 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엔화가 아니라 해외 채권 등을 대신 사들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날 올 들어 4번째로 금리를 인상했지만 같은 날 일본은행(BOJ)은 통화 정책을 기존대로 유지한 점도 엔화 가치가 약세인 원인으로 꼽혔다.
최근 일본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5%에서 0.9%로 낮추고 생산·산업 지표 등도 악화하는 등 경기 후퇴 신호가 나오는 상황에서도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 BOJ에 대한 불만이 엔화 약세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의 모건 하팅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BOJ의 (안일한) 대응은 안전자산으로서 엔화의 자격을 흔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