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커피 체인기업인 스타벅스가 전 세계 78개 진출국 중 처음으로 한국에서 플라스틱빨대를 종이빨대로 완전 대체하기로 했다. 종이빨대의 전면 도입은 음료수를 판매하는 프랜차이즈에게 작지만 커다란 실험이다.
그렇다면 스타벅스가 전 세계 진출국 중 한국을 가장 먼저 낙점한 배경은 무엇일까.
“불편하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감수하더라도 필요하기 때문에 종이빨대를 쓰기로 했습니다. 미래와 지구를 위한 일이니까요.”
종이빨대 전면 도입을 이끌어낸 정윤조 스타벅스코리아 구매물류팀장(44)을 6일 만났다. 그는 종이빨대가 플라스틱빨대보다 고객에게 불편하다는 사실을 덤덤히 인정했다.
고객이 불편하다고 볼멘소리를 할지라도 우리 모두를 위해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는 것. '스타벅스'가 환경에 대해 갖는 책임감의 무게다.
11월 26일부터 국내 스타벅스 전 지점은 종이빨대 사용을 의무화했다. 각 매장별로 재고가 남은 플라스틱빨대가 소진되는 대로 종이빨대만 지급한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올해 7월부터 환경 캠페인 ‘그리너 스타벅스코리아’를 전사적으로 추진했고, 이는 종이빨대 전 세계 최초 전환의 배경이 됐다.
올해 3월 스타벅스코리아는 정윤조 팀장이 속한 구매물류팀을 포함, 홍보사회공헌팀, 마케팅팀, 카테고리팀, 운영팀 등 10여 개 부서를 한 데 모아 친환경을 위한 ‘그리너 스타벅스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해당 TF는 먼저 쌀, 대나무, 사탕수수 등 친환경 빨대 소재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이어 10여 개가 넘는 시제품의 테스트는 물론, 빨대 제조공장을 직접 방문해 품질 및 위생 검사를 실시하고 지금의 흰색 종이빨대를 선택했다.
종이빨대 도입의 성패를 가르는 요소는 '내구성'이다. 종이를 장시간 물에 담글 경우, 쉽게 물러진다. 정 팀장은 “내구성 강화에 무엇보다 집중했다”면서 “빨대의 안과 밖을 모두 친환경 콩기름으로 코팅해 강도를 높였고, 앞으로 고객의 반응을 보고 더욱더 개선해 나갈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리너 스타벅스코리아' 캠페인의 TF장도 겸하고 있는 정 팀장은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이라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면서 “그게 바로 우리가 환경을 위해 보다 더 많이 고민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런 책임감에 걸맞게, 스타벅스코리아의 친환경 정책은 벌써 국내 친환경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의 종이빨대는 국내에서 만들 수 있는 업체가 없다. 이 때문에 스타벅스코리아는 전량 수입하고 있다. 하지만, 스타벅스의 종이빨대 도입 결정 전후로 국내에서도 종이빨대 생산업체가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정 팀장은 “원하는 품질만 충족된다면 국내에서 생산하는 종이빨대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그리너 스타벅스코리아’ 캠페인에서는 △빨대 없이 마실 수 있는 아이스음료 전용 리드 도입 △현재 98%인 커피찌꺼기 재활용률 100% 달성 △플라스틱스틱 나무로 대체 △마감재 친환경 목재 사용을 추진하고 있다.
정 팀장은 고객들이 스타벅스의 친환경 활동에 흔쾌히 동참하고, 응원해 주고 있다면서 고마워했다.
“고객이 원하는 만큼 플라스틱빨대와 일회용 컵을 제공하면 단가도 싸고 매장 파트너들도 편합니다. 반대로 다회용 컵과 종이빨대를 사용하면 모두가 조금 불편해지죠. 하지만 이것을 환경을 위해 우리 모두가 겪어야 할 '작은 불편함의 시작'으로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