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은 고3 수험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달이다. 지난달 치러진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에 맞춰 본인이 갈 수 있는 대학을 찾아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 하지만, 동시에 가장 한가한 시즌이기도 하다. 유웨이나 진학사, 메가스터디 같은 입시사이트에 본인의 점수를 넣으면, 합격 예측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갈 수 있는 대학을 뽑아준다. 즉, 수험생이 할 일은 많지 않다는 뜻이다.
이때 수험생 대부분이 하는 일은 대학 생활의 낭만을 몇 달 앞서 상상해보는 것이다. 두꺼운 전공 서적을 가득 안고 캠퍼스를 거니는 모습, 과의 킹카·퀸카 선배와 캠퍼스 커플이 돼 함께 학식을 먹는 모습, 캠퍼스 내 잔디에 둘러앉아 과 동기들과 야외 수업을 듣는 모습, 엠티에 가서 과 동기와 터지는 폭죽을 바라보며 썸을 타는 모습…. 각기 다른 상상을 하더라도 공통적인 키워드는 '낭만'이다.
하지만, 이런 상상도 점점 옛말이 되고 있다. 요즘 세대들의 '아싸'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싸는 '아웃사이더'의 줄임말로, 주로 조직이나 무리에 적극적으로 끼지 않고 혼자 시간을 보내는 사람을 말한다. 예전에는 소속감이나 공동체 의식을 강조하며, 무리에서 이탈하는 것을 비정상적인 행위로 규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혼자 밥을 먹는 '혼밥', 혼자 코인 노래방에 가는 '혼코노', 홀로 영화를 보는 '혼영' 족들이 늘어나면서 1인 생활을 추구하는 '아싸'가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고 있다.
이와 반대로 적극적으로 무리 안에서 사교 활동하는 사람은 인사이더의 줄임말인 '인싸'로 불린다.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아싸'와 '인싸' 중 어떤 것이 더 좋을까. 본지 기자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아싸 기자와 인싸 기자, 아싸도 해보고 인싸도 해본 기자가 전하는 대학생활의 모든 것을 '극적인 대화방'을 통해 가감 없이 공개한다.
(주의: '아싸'와 '인싸'는 사실 본인의 주관적 판단에 따른 결과다. 남들이 볼 때 아싸였지만, 본인이 인싸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 미리 양해를 구한다. 만약, 해당 기자와 안면이 있고, 이들의 발언에 털끝만큼의 의구심이라도 생긴다면 주저하지 말고 contest@etoday.co.kr로 고자질해 주길 바란다.)
◇인싸 되려면 '학생회'부터 가입하는 게 지름길?
임소연 기자(이하 임): 저는 제 입으로 말하긴 뭐하지만 '인싸'였던 것 같아요. 일단 인싸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과 학생회를 했었거든요. 저는 대학 입학을 앞둔 수험생에게 무조건 인싸를 추천해요. '아싸'라고 하면 엠티도 안 가고, 소모임도 안 하고, 동기랑 음주가무도 하지 않는 건데, 이런 게 대학생활인가요? 무조건 다 경험해보는 게 진짜 대학생활인 것 같아요.
고대영 기자(이하 고): 나는 당당하게 '아싸'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굳이 적극적으로 활동에 참여하지 않았고, 인싸와 아싸의 기준인 학생회도 하지 않았어. 그런데 꼭 과 생활을 열심히 해야만 즐겁게 놀 수 있는 건 아닌 거 같아. 나는 오히려 대외활동을 하면서 더 재밌게 놀았던 케이스거든.
임: 인싸는 대외활동을 못 한다는 점에 동의해요. 저는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개인 생활이 너무 부족했거든요. 매일 학생회 활동 때문에 학교에 늦게까지 남아 있었고, 수업 빠지는 것도 일상이었으니까요. 생각해보니까 저는 대학 다니면서 대외 활동을 하나도 한 적이 없어요.
고: 나는 내가 좋아하는 활동 위주로 대외활동을 많이 했어. 일단 미술에 관심이 많아서 대림미술관에서 콘텐츠를 기획하는 일을 1년 정도 했었어. 그러다가 대림미술관 추천서를 받고, 포스코 홍보팀에서도 대외활동을 했었지. 그러면서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생각해보고, 기자로 진로를 결정할 수 있었어. 오히려 과 활동보다 대외활동을 열심히 했고, 그걸 통해서 진로를 정했던 사례라고 볼 수 있지.
임: 물론 대외활동을 통해서도 즐거움을 찾을 수 있어요. 하지만, 대학생활의 추억은 무엇보다도 소중한데, 아싸가 되면 그걸 쉽게 얻지 못할 것 같아요. 저는 학생회를 했던 친구들과 아직도 연락하고 지내요. 그리고 2학년 학생회 활동을 했을 때, 1학년 학생들을 이끌고 엠티에 갔던 일과 엠티 프로그램을 모두 제 손으로 짰던 일들은 절대 잊지 못할 추억들이에요.
고: 음, 아싸들은 그 추억을 대학 연합 동아리를 통해서 만들어. 나는 '해커톤'이라는 연합 토론동아리를 했었는데, 내가 좋아해서 하는 활동이니까 너무 행복했어. 또 생각이 맞는 친구들과 엠티도 가고, 술자리도 충분히 가졌어. 연합동아리라 남녀 비율도 5대 5였고…. 오해하진 않았으면 좋겠어. 굉장히 건전한 연합 동아리였어.
임: 저는 과 활동이 바빠서 연합 동아리는 꿈도 못 꿨거든요. 운동회에 축제에 엠티에…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서 막상 캠퍼스 밖 활동은 전혀 없었어요. 타 대학 학생들과 교류도 없었죠. 선배는 훨씬 현명하신 것 같아요. 좁은 과에 머무르지 않고 더 큰 범위에서 인연을 찾으신 것 같은데, 어쨌든 선배 말을 들어보니 인싸든 아싸든 자기가 좋아하는 활동만 적극적으로 한다면, 대학 생활은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많네요.
◇인싸와 아싸 중 '취업'에 도움 되는 건?
고: 그런데 학생회를 하면 취업에 더 유리하지 않아? 자소서에 학생회 활동을 녹여내는 지원자도 많더라고. 또, 학생회 활동을 했던 친구들이 인턴이나 학과장 추천을 받는 취업 자리에 추천을 많이 받는 걸 봤거든.
임: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건 맞는 것 같아요. 요즘엔 학생회 활동을 자소서에 많이 쓰더라고요. 기업 인사과 직원한테 들었는데 지원자가 학생회 출신이라고 하면, 외향적이고 조직 생활을 잘할 것 같은 이미지를 받는다고 해요.
고: 나는 억울한 일도 있었어. 분명히 내가 학과장에게 추천을 받을 수 있는 인턴 기회가 있었거든. 그런데 과 활동을 열심히 한 내 후배가 그 추천을 받았어. 미리 말하는데 이건 음모론이 아니야. 내가 특정 행사에 불참했었는데, 그날 학과장이 분명히 말했거든. 해당 행사에 불참한 학생은 추천 우선순위에서 제외된다고 공지했어. 이게 공정한가 싶다니까.
임: 사실 저는 학점이 낮아서 취업에 도움이 된 건 모르겠고, 학교 언시반(언론고시반)에 들어갈 때 도움을 받았어요. 언시반에 들어가려면 필기시험을 봐야하지만, 그 후엔 면접을 보거든요. 면접에 들어오는 교수님들이 거의 아는 분이었어요. 학생회 활동을 하다 보면 여러 교수님과 교류할 기회가 많거든요. 그래서 짐작건대 교수님들이 친분이 있는 학생들을 더 잘 뽑아주지 않으실까요? 뭐 선배 말대로 인턴 추천도 마찬가지겠죠?
고: 거봐. 인싸들은 또 학점도 잘 받을걸? 선배들과 친하니까 시험 족보도 많이 받잖아.
임: 저는 학점이 진짜 낮은 편인데 변명을 하자면, 학생회 활동을 하면 시간을 정말 많이 뺏겨요. 족보가 있어도 공부할 시간이 없으니 무용지물이더라고요. 그런데 학점은 정말 케바케인 것 같아요. 제 친구는 과대표도 하고 동시에 학생회 활동까지 했는데 학점이 항상 4점대였어요. 그러니 성적은 과 활동과 상관없는 자기 의지의 문제 같아요.
고: 요새는 신입생들이 1학년 때부터 도서관에 다니면서 취업 공부를 하잖아. 영어 성적을 높이거나 자격증을 따려고. 그러기 위해서 아싸를 선택하는 것도 있고. 그런데 너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취업하기 위해서 아싸를 선택하는 게 반드시 정답은 아닌 것 같기도 해. 여러 활동을 하면서도 의지가 있는 학생들은 공부와 과 활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니까 말이야.
임: 일단 과 활동을 하면서 학점도 잘 받고 취업도 잘하기 위해서는 자투리 시간을 많이 활용해야 하더라고요. 공강 시간이 되면 다들 휴게실에서 자거나 커피 마시면서 수다를 떨잖아요. 제 친구는 그 시간에 무조건 도서관에 가더라고요. 어차피 모든 과 활동이 대부분 수업 후에 있으니까, 그 시간만큼은 오로지 자기를 위해 쓰는 거죠. 이것도 팁이라면 팁이 될까요?
◇애인 만들려면 인싸해야 되나요?…인싸들의 연애사
고: 인싸들은 과 미팅 기회가 많지 않아? 나는 대학 다니면서 과 미팅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
임: 진짜요? 일단 인싸가 되면 과 미팅이 엄청 들어와요. 인싸들은 다른 과와 교류도 활발한 편이니까, 과 미팅을 여러 개 물어 오거든요. 물론 그렇다고 제가 과 미팅을 많이 한 건 아니에요. (웃음)
고: 나는 과 활동을 많이 안 해서 인싸들의 연애사는 잘 모르겠다. 이 부분은 소연 기자가 할 말이 많을 듯?
임: 네? 아녜요. 저도 경험이 많은 건 아님을 강하게 말씀드립니다. 진짜예요. 근데 확실히 인싸들은 동아리 활동도 하니까 이성을 만날 기회가 많은 것은 사실이에요. 저는 독일어과였는데 과 동아리로 독일 전통춤 동아리를 했었거든요. 독일 민속춤은 남녀가 한 팀을 이뤄서 춤을 추는데요, 연습 때마다 파트너를 만나니까 별로 안 친했던 과 동기나 선배들이랑 금방 친해지더라고요. 종종 파트너와 연인이 되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고: 나는 인도네시아어과였어. 우리도 전통춤 동아리가 있었는데 춤 동아리는 인싸들이 주로 하는 활동이었어. 소연 기자 인싸 인증됐네. 나는 주로 대학 연합 동아리에서 인맥을 쌓아서 이 부분은 할 말이 많이 없어.
임: 그래도 대외활동을 통해서 애인 만드셨죠? 인싸들이 이성들과 만날 기회가 많긴 하지만, 작은 활동이라도 그 속에서 자기랑 맞는 인연이 있으면 금방 사귀게 되더라고요. 결국, 이것도 학점처럼 케바케로 결론이 난다는 슬픈 얘기?
◇번외편: 이투데이 막내 기자들이 밝히는 핵인싸·핵아싸 꿀팁
곽진산 기자: 나는 일단 아싸. 조직에 얽매이는 걸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고, 대학교 이후로는 노는 것보다 공부하는 게 더 흥미로웠어. 일단 인싸들은 넓은 인간관계를 만들어야 하니 매우 바쁘다는 게 특징이겠지. 아싸는 기대도, 실망도 없는 인간관계 구축이 가능해. 잠깐 스치는 인연들이 전부이니 사람들로부터 크게 상처받을 일도 없거든. 그리고 위대한 조언자인 '고독'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있지. 결론적으로 아싸와 인싸는 개인의 성향에 달린 것 같아. 자신이 내향적인데 인싸가 되려고 너무 오버하게 되면 본인만 스트레스 받는 거지.
한영대 기자: 나는 학과 부회장을 맡았기 때문에 인싸였던 것 같아. 여러 과 행사를 기획하면서 바쁘게 대학 생활을 했지. 인싸들은 어느 모임에 가도 볼 수 있다는 게 특징이야. 다만, 인싸들은 그들의 사적인 정보가 학과 사람들에게 널리 퍼지는 경우가 많은데, 내가 누굴 좋아하는지까지 소문이 퍼지지. 내 얘기라고는 하지 않을게. 일단, 인싸가 되는 팁은 학과나 동아리 모임에 자주 참석해야 해. 특히 학기 초에 생기는 모임에 집중적으로 가는 게 좋아.
박종화 기자: 나는 아싸. 아싸는 집에 빨리 갈 수 있어서 좋아. 또 밥도 빨리 먹을 수 있어. 다만, 아싸는 과 사람들이 몰리는 전공수업 때 어색하다는 단점이 있지. 인싸가 되고 싶은 사람은 낯이 두꺼워햐 할 거야. 행사에 자주 참석해야 하고, 처음 본 사람에게도 적극적으로 다가가야 하니까. 그래도 인싸가 되면 시험이나 취업과 관련된 정보도 많이 얻을 수 있고, 약속이 많은 바쁜 사람이 될 수 있지.
윤한슬 기자: 나는 아싸와 인싸의 중간 정도 였던 것 같아. 학보사 활동을 했었지만, 상대적으로는 학과 활동을 많이 못 해서 과에서 존재감이 미미했거든. 인싸는 어디를 가나 있고 무리를 지어 다닌다는 특징이 있는 것 같아. 만약 인싸가 되고 싶으면 학회, 학생회, 동아리 모임을 두루두루 활발히 할 것을 추천해. 아싸가 되려면 다 필요 없고 무조건 공부만 하든지 외부 활동을 하면 될 거야.
윤기쁨 기자: 나는 아싸였지만 술 마시러는 자주 다녔어. 소모임 동아리도 참여했고. 교수님과는 전화하는 사이기도 해. 대신 학교 행사에서는 절대 볼 수 없고, 수업시간에만 나타나는 그런 존재였지. 인싸가 되려면 무조건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해야 해. 아싸가 되고 싶다면...내 경험상 핵 꿀팁인데, "반수 준비 중이에요"라고 하면 게임오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