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탈건(脫建)’ 외치는 건설 근로자들

입력 2018-11-20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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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철 사회경제부 기자

최근 건설 근로자 사이에 유행하는 말이 있다. ‘탈건’, 건설사를 탈출하자는 뜻이다.

굳이 1970년대 중동에서 모래바람을 맞으며 ‘피와 땀’을 흘려야 했던 건설 역군들을 떠올리지 않아도, 건설 근로란 고된 일이다. 현장에 나가면 공기를 맞추기 위해 야근하고 주말에 출근하는 일이 부지기수이며, 집에서 멀리 떨어진 숙소를 떠돌며 밤마다 가족을 그리는 일도 다반사다. 건설이 뚝딱 이뤄질 리 없으니 현장에 한번 나가면 수년은 매달려야 하는 경우도 많다. 오죽하면 혼자 살거나 가정을 등한시하고 싶으면 건설사에 오라는 말이 있겠는가.

그나마 주 52시간 근로제가 적용되면서 한 주에 52시간 다 채워 일해도 되는 것이 공식적으로(?) 인정된 가운데 일 시키는 ‘대감님’은 이마저도 무심한 상황이다.

실제 건설산업연구원이 법정 근로시간 단축 적용을 받는 30개 건설사에 주 52시간 도입 이후 나타난 문제를 설문조사한 결과 ‘근로 조건 변경에 대한 발주기관의 무관심’이 1순위로 꼽혔다. 근로시간 단축 적용으로 공기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임에도 발주처는 “내 알 바 아님”을 유지하는 셈이다.

건산연은 법정 근로시간 단축으로 공기 연장을 인정하는 방안이 마련됐지만 세부 지침이 명확하지 않아 시공사가 제반 여건을 발주기관에 제대로 알릴 수 없는 상황으로 진단했다. 지침이 먼저 마련돼야 발주처도 시공사의 계약 조정 요구에 응할 길이 열리는 것이다.

다만 근로자 개인이 ‘탈건’을 떠올리는 순간은 약간은 다른 맥락의 무심함이 작용할 때다. 이를테면 발주처가 금요일 늦은 오후에 일을 준다. 기한은 월요일 아침 9시다. 제도도 손 볼 필요 있지만 ‘대감님’도 ‘머슴’의 심정을 헤아려야 한다. ‘대감’(한국토지주택공사)은 또 ‘임금’(국토교통부)이 재촉해서 그랬다고 하니 어디부터 바뀌어야 ‘탈건 타령’이 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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