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검·경수사권 조정안을 발표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21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담화 및 서명식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검·경조정 합의문 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검찰 수사지휘권 60년 만에 사실상 폐지= 사법경찰관은 모든 사건에 대해 ‘1차적 수사권’을 갖게 됐다. 사법경찰관이 수사하는 사건에 관해 검사의 송치 전 수사지휘는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조국 민정수석은 “현재 송치 전후를 막론하고 경찰이 수사를 마무리하게 전에도 검찰이 수사를 지휘할 수 있었으며, 심지어 사건 자체를 검찰로 가져올 수 잇었다”며 “이것이 금지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사에 대한 검찰의 통제권은 보장할 수 있도록 했다. 검사는 송치 후 공소제기 여부 결정과 공소유지나 경찰이 신청한 영장의 청구에 필요한 경우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정당한 이유 없이 보완수사요구에 불응할 경우 직무배제, 징계 요구권, 경찰의 수사권 남용시 시정조치 요구권, 시정조치 불응시 송치 후 수사권 등 통제력을 갖출 수 있게 했다.
이로써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때부터 명문화됐던 사법경찰관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은 60여 년 만에 폐지됐다. 현재 형사소송법 제196조에 따르면 수사관, 경무관, 총경, 경정, 경감, 경위는 사법경찰관으로서 모든 수사에 관하여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 사법경찰관의 지휘에 관한 검찰청법 제53조는 지난 2011년 삭제됐다.
◇경찰 수사권 강화…검찰 사후 통제= 경찰은 1차적 수사종결권을 갖도록 했다. 다만 검찰이 기소권을 독점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경찰은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기소·불기소 의견과 수사기록 등본을 검찰에 송치해야 한다.
사법경찰관이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불송치 할 수 있도록 하되 검사가 이 결정이 위법, 부당한 경우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정부는 이같은 장치를 통해 경찰이 쉽게 사건을 종결하거나 임의로 덮어버리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불기소 송치 과정에서 수사자료 ‘원본’은 경찰에 남아있기 때문에 수사 종결에 대한 책임을 지게된다.
경찰은 수사종결권을 갖게 되면서 온전한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앞서 경찰은 2004년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뤄진 뒤 2011년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수사개시, 진행 등의 권한을 확보했다.
조국 민정수석은 “이번 조정안은 경찰이 자율적 수사권을 갖지만 1차 수사 종결 이후에는 검찰의 사후 통제를 받도록 설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경찰이 적법한 압수·수색·체포·구속 영장을 신청한 경우 검찰은 지체없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도록 관련제도를 운영해 검·경간 견제와 균형을 도모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할 방침이다. 경찰이 영장을 청구했는데 검찰이 기각할 경우 고검산하 영장심의위원회에 이의제기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검찰 직접 수사 축소…자치경찰제 동시 추진= 검사의 1차적 직접 수사는 반드시 필요한 분야로 한정하고, 검찰수사력을 일반송치사건 수사, 공소유지에 집중하도록 했다. 부패범죄, 경제·금융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등 특수사건에 대해서만 직접 수사권을 가질 수 있게 했다.
정부는 수사권 조정과 함께 자치경찰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대통령 직속 ‘자치분권위원회’(위원장 정순관)가 중심이 돼 자치경찰제 실현을 위한 계획을 조속히 수립하고, 경찰은 2019년 내에 서울, 세종, 제주 등에서 시범실시, 대통령 임기 내 전국 실시를 위해 적극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더불어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인권옹호를 위한 제도와 방안을 강구해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또 경찰은 행정직무 경찰이 사법경찰직무에 개입하거나 관여하지 못하도록 절차, 인사제도 등을 마련할 방침이다. 경찰대의 전면적인 개혁방안도 마련될 전망이다.
◇국회 상임위 통과 등 절차 남아…檢 반발= 이번 검·경 조정안은 정부가 제시한 방안으로 국회의 논의를 거쳐야 하지만 검찰 개혁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강한 만큼 정부안에서 큰 틀의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특히 이번 조정은 문 대통령의 공약에 기초한 지시에 의해 이뤄졌다. 조정안에 대해 국회와 어느정도 교감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정성호 위원장이 조정안의 제출을 요구했고, 이날 이낙연 총리가 합의문을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수사권 조정에 대한 문제의식은 왜 국민들이 똑같은 내용을 가지고 검찰과 경찰에서 두 전 조사를 받아야 하느냐는 것”이라며 “이건 국민의 인권침해고, 엄청난 부담이 되풀이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검찰의 수사권 축소에 대한 검사들의 반발도 쉽게 누그러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검찰은 이번 합의에 대해 검사의 수사지휘 제도를 폐지하게 되면 형사소송법상 경찰수사에 대한 최종 지휘, 책임자가 ‘경무관’이 돼 권한과 책임의 불일치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또 보완수사요구가 불안한 제도로 법적인 규범력이 부족하고 내용·범위 불명확성 등으로 인해 검경간 지휘체계의 혼란과 갈등이 상시화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