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또 올렸다. 동시에 연준은 올해 금리인상 횟수 전망을 기존 3회에서 4회로 높여잡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내년부터 매 FOMC마다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긴축 속도가 예상보다 가팔라지는데 따른 시장의 혼란을 불식시키고자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13일(현지시간) 연준 성명에 따르면 이날 FOMC는 기준금리인 연방기금(FF) 금리의 유도 목표치를 연 1.50~1.75%에서 1.75~2.00%로 인상하기로 했다. 금리 인상은 올해 3월 이후 3개월 만이다. 이날 금리 인상은 제롬 파월 의장을 비롯해 투표권이 있는 멤버 8명의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이번 FOMC에서는 회의 참석자(투표권 없는 멤버 포함 15명)들이 금융정책 전망을 각각 제시, 연내 두 차례의 추가 인상이 있을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이대로라면 올해 총 금리인상 횟수는 4회로, 올해 3월 시점에 예상했던 연 3회에서 한 차례 더 늘어나는 셈이다. 연준이 긴축으로 금융정책 기조를 바꾼 이후 지금까지의 금리인상 횟수는 2015년과 2016년이 각각 1회, 2017년은 3회였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를 높이기 시작한 건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에 도달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연준이 금리인상의 전제 조건으로 중시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3월, 4월 모두 상승률이 2.0%를 기록했다. FOMC 참석자들은 올해 4분기(10~12월) 물가상승률이 2.1%(중간값)로 목표를 다소 웃돌 것으로 예측, 연준이 시장 과열에 주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미국 경기도 탄탄하다. 실업률은 18년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고, 대규모 감세와 재정 지출 확대에 힘입어 2분기 경제성장률도 4%대의 높은 수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FOMC 참석자들은 올 4분기 미국의 실질 경제성장률이 2.8%(중간값)로 잠재 성장률(1.8%)을 웃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연준 내부에서도 경기와 물가에 대한 자신감이 높아지면서 금리인상 가속론이 거세지고 있다.
회의 후 발표한 성명에서 연준은 내용 구성을 대폭 수정해 “FF금리는 당분간 장기적으로 일반적이라고 보는 수준을 밑돌 것”이라는 문구를 삭제했다. FOMC 멤버들은 장기적으로 적절한 금리 수준을 2.9%(중간값)로 전망하고 있는데, 현재와 같은 속도로 금리를 인상하면 2019년 중반에는 같은 수준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또 “금융정책은 여전히 완화적”이라는 표현은 유지했지만, 연준의 기조는 금융 완화 축소에서 본격적인 긴축으로 전환하고 있음이 분명하다는 진단이다.
다만 우려되는 건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빨라져 장기금리 상승과 달러에 자금이 몰려 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다. 연준의 금리 인상 결정에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는 아르헨티나 통화 가치가 급락하는 등 일부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미 장기금리는 이탈리아 등 남유럽 리스크 고조의 영향으로 다소 하락했지만 반등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다우지수는 박스권에서 등락을 반복하다 연준의 금융 정책 발표 이후 하락세로 가닥을 잡았다.
시장에서는 이번 FOMC 결과가 이번주 발표되는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의 금융정책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시장이 ‘금융정책 정상화’를 표방하는 파월 의장에 입에 다시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입을 모은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 경제는 매우 잘 돌아가고 있다”고 말한 뒤, 내년 1월부터 투명성 제고를 위해 매 FOMC마다 의장으로서 기자 회견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향후 금리인상 시기나 속도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연준은 벤 버냉키 전 의장 시절인 2011년부터 의장이 연 4차례의 기자 회견을 갖기로 결정, 지금까지 한 회 걸러서 한 번씩 3월, 6월, 9월, 12월 연 4차례의 기자 회견을 가져왔다. 이후 시장은 의장의 기자 회견이 있을 때마다 촉각을 곤두세웠고, 의장의 미묘한 한 마디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