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형 은행들이 저조한 수익률에 비해 비대한 규모를 지적받고 있다고 3일(현지시간)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보도했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일본과 같은 선진국에서 성인 10만 명당 은행 점포 수는 평균 17.3개다. 그런데 일본은 이를 훌쩍 뛰어넘는 34.1개다. 우체국 점포까지 포함하면 일본은 사람 수당 은행 점포가 세계 최대다.
일본 은행은 수익률 위기를 겪고 있다. 1997년,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20년 동안 디플레이션 혹은 디플레이션에 가까운 상태가 지속했고 저성장과 저금리에 직격탄을 맞았다. 작년 일본은행(BoJ)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회계연도(2016년 4월~2017년 3월)에 일본 은행들의 자산수익률은 평균 0.3%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이 1%를 기록한 데 비해 한참 저조한 수치다. BoJ는 보고서에서 ‘놀랍도록’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일본 대기업들은 매년 봄 신입사원을 선발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은퇴 시기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것을 관행으로 여기곤 한다. 이 같은 ‘평생직장’ 문화는 조직 비대화에 일조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작년 10월 수익률이 가장 낮은 9개 글로벌 은행을 발표했는데 여기에 일본 3대 은행이 모두 포함됐다. IMF는 미쓰비시UFG파이낸셜그룹(MUFG), 미쓰이스미토모,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의 수익성이 지속해서 떨어졌다는 경고를 날렸고, 이후 3대 은행은 총 3만2000개의 일자리 감원 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미즈호는 향후 10년간 1만900개의 일자리를 없앨 예정이며 2026년까지 현재 인력의 4분의 1로 인력을 감축한다는 방침이다. MUFG는 오프라인 점포를 향후 100개까지 자동화로 전환할 예정이다. 미쓰이스미토모는 지난달 “내년 채용 규모는 650명으로 원래 계획보다 20% 축소 채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BoJ의 나카가와 시노부 이코노미스트는 “3대 은행의 결단은 나머지 은행들에 감원을 독려하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은행은 사정이 더 안 좋다. 싱크탱크 아시아개발은행연구소의 요시노 아오유키 연구원은 “일본의 105개 지역은행은 점점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다”며 “일부는 간신히 수익을 올리고 있으나 절반 이상이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역 은행들이 기반으로 삼았던 노인들은 점점 줄어들고, 신규 고객이 돼야 할 젊은이들은 도시를 떠나기 때문이다. 그는 “전체적으로 일본 은행의 시스템은 급진적으로 축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JP모건증권의 아다치 마사미치 애널리스트는 “일본의 대형은행들은 해외 시장에서 성장 동력을 찾기에 좋은 위치에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1980~1990년 일본 은행들은 해외 인수·합병(M&A)에 열을 올렸다. M&A를 통해 2000년대 중반까지 일본 은행들은 자본확충을 할 수 있었고, 이 때문에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일본 대형 은행들은 위기를 피해갈 수 있었다. 미국과 영국의 대형 은행들이 아시아 시장에서 투자를 줄이는 동안 일본 은행이 사업들을 가로채 마무리했다. 대표적으로 MUFG는 당시 베트남, 필리핀, 태국 은행들의 지분을 매입했다. 그 결과 2012년 이후 일본 3대 은행에서 전체 대출 규모 중 외환 대출 규모는 19%에서 33%로 치솟았다. 만약 일본 국내 시장에서 은행들이 몸집을 줄이면 이 비율은 더 높아진다.
일본 정부는 자국 은행들이 신생 기업과 중소기업에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해 ‘윈윈(win-win)’을 이뤄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체 경제 성장을 도울 뿐 아니라 수익성 있는 신규 고객을 창출할 기회를 모색하라는 의미다. 일본 금융청(FSA) 관계자는 “우리는 은행들이 수익성을 높이지 않으면 지속하지 못한다는 점을 깨닫기를 바란다”며 “M&A도 그중 한 방법이긴 하지만 생산성 향상을 위한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