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요타자동차가 2018년 춘계 노사 교섭을 통해 올해 기본급을 월 1300엔(약 1만3000원) 이상 올리는 데 합의했다고 전했다. 각종 수당을 포함한 전 조합원 평균 월별 임금 인상률은 3.3%로 일본 정부가 요구한 3%를 넘었다. 전자기기 제조업체 샤프는 연봉 기준 평균 3%의 임금 인상을 시행한다. 닛산자동차는 인상률 2.4%로 3000엔을 올리기로 했으며 도시바는 2.5%인 1500엔 인상을 결정했다. 히타치도 1500엔을 인상한다. 정부 요구에는 미치지 못하나 이전과 비교하면 증가액이 크다. 일본 기업들은 고정비용인 기본급 인상을 꺼리는 대신 일회성 상여금이나 수당 등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부터 인플레이션 상승을 위해 산업계에 임금 3% 인상을 요구해왔다. 일본 주요 기업의 임금은 2014년 이후 매년 2%가량 소폭 상승했다. 기업들은 주가 상승과 엔화 약세에도 불확실한 경제 전망을 이유로 인상을 꺼려왔다. 지난해 12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일본 최대 재계 단체인 게이단렌의 행사에서 “일본 경제의 긍정적인 순환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 3% 또는 그 이상의 임금 인상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게이단렌도 각 기업에 올해 3%대 임금 인상을 독려했다. 주요 기업들이 이에 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임금인상은 중소기업을 포함해 일본 전역으로 확산할 전망이다.
일본은 낮은 물가상승률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세계 경제가 회복되면서 각국 중앙은행이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지만 지난 9일에도 BoJ는 기준금리를 마이너스(-) 0.1%로 동결했다.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밑돌아 금융 완화책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0.9% 상승에 그쳤다.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2013년 취임 당시 2년 안에 2% 목표치를 달성하겠다고 밝혔으나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루지 못했다.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구로다 총재는 출구전략 시기에 대해 “물가상승률 2%까지 거리가 있는 것을 고려하면 구체적으로 출구전략을 검토할 국면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임금 인상이 인플레이션 회복에 도움이 될지 지켜봐야겠지만 BoJ가 올해 정책 기조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루야마 요시마사 SMBC니코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BoJ는 올해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면서 “아마도 내년 춘계 노사 교섭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