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서슬 퍼런 분위기

입력 2018-03-08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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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전국인민대표자대회(전인대)에 대한 언론의 보도가 적잖이 날카롭다. “전인대는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제시한 안건을 인준하는 거수기 역할만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반대가 일부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지금같이 서슬 퍼런 분위기에서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라는 보도가 있었다.

전인대가 거수기 역할만 한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자, ‘공개된 비밀’이기는 하지만 남의 나라 ‘국회’의 분위기에 대해서 ‘서슬 퍼런’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좀 지나친 게 아닐까?

언론이 날카로운 비판을 해야 한다는 점은 충분히 인정하지만 비판이 날카로울수록 용어의 선택은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자칫 예기치 못한 오해와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슬’은 쇠붙이로 만든 연장이나 유리 조각 따위의 날카로운 부분을 이르는 말이고 ‘서슬이 퍼렇다’는 말은 그처럼 날카로운 쇠붙이 연장의 빛, 예를 들자면 ‘검광(劍光:칼 빛)’ 같은 것이 예리하다 못해 날에 비친 햇빛이나 불빛이 퍼런빛을 띠어 가슴을 섬뜩하게 한다는 의미이다.

날카로운 연장은 누군가를 해치기 위해서 그렇게 퍼런 날을 세운다. 따라서 ‘서슬 퍼런 분위기’란 살기가 등등한 섬뜩한 공포 분위기를 이르는 말이다. 결코 함부로 사용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지금 같은 서슬 퍼런 분위기”라는 말은 지금, 즉 현재 중국 정국의 분위기가 그렇다는 뜻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

말을 한다는 것, 글을 쓴다는 것,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이렇게 쉽지 않은 일을 매일같이 해야 하는 언론인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破邪顯正! ‘깨부술 파(破)’, ‘간사할 사(邪)’, ‘드러낼 현(顯)’, ‘바를 정(正)’. 간함을 깨부수고 바름을 드러내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다. 부드러우면서도 천근만근의 무게로 다가오는 말일 때 파사현정의 효과는 더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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