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WSJ에 따르면 일본 닛코증권은 지난해 4분기 도쿄 증권거래소 제1부 상장사들의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한 12조3000억 엔(약 124조479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세계 경제 호조와 엔화 약세로 해외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다. 여기에 최근 미국이 세제개편을 시행하자 일부 기업은 실적 전망치를 높였다. 도요타자동차는 3월 결산 회계연도의 순이익 전망치를 2조4000억 엔으로 24% 올렸다.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은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보이며 관망하고 있다. 닛코증권에 따르면 80%의 기업은 이번 회계연도 순이익 전망치를 높이지 않았다. 환율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일본 기업들은 엔화 강세가 나타나면 수출이 줄어들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있다. 다카하시 가즈히로 다이와증권 시장전략가는 “많은 기업이 연초 이후 엔화 대비 달러 가치 하락을 포함한 외부 요인으로 인해 예상치를 고수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엔화 가치는 4% 급등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달러 가치도 상승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금리 인상으로 인한 경제 위축 우려에 주가가 하락하고 투자 심리가 악화하면서 안전자산인 엔화 가치가 뛰었다. 최근 엔화는 보수적인 일본 기업들의 예상치보다도 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행(BOJ)의 조사에서 제조업체들은 현 회계연도 달러·엔 환율을 평균 110.18엔으로 전망했다. 22일 엔·달러 환율은 107엔 선에 머물고 있다. 엔화 강세는 수출 기업에 불리한 요인이다. 이 때문에 엔화 가치가 상승하면 일본 주가는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앞날이 어둡지만은 않다. 일본 기업들이 환율 변동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치가와 마사히로 미쓰이스미토모 자산운용 시장전략가는 “기업들이 통화 가치 변동에 이전보다 저항력을 갖게 되면서 엔화 강세에도 투자자가 실적 전망을 낙관할 수 있게 된 것이 최근 도쿄 증시의 강점”이라고 밝혔다. 일본 기업들은 그동안 생산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고 공급망을 현지화하면서 환율 변동의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글로벌 경제 전망도 긍정적이다. 이치가와 전략가는 “외환 변동이 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당분간 미국과 중국 경제가 탄탄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향후 전망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엔화와 일본 증시의 움직임은 앞으로 몇 주 동안 지켜봐야 할 핵심 요소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엔화 강세에도 불구하고 주식 시장이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다면 일본 기업에 대한 신뢰감이 훨씬 강해질 것이라고 WSJ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