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제는 경제다

입력 2008-02-12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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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동안 무던히도 들떠 있었다. 썩은 이 뽑은 듯 속이 시원했던 정권교체가 우리를 들뜨게 했다. 곧 있을 총선이 또 우리를 선거무드에 젖게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제 새 정부가 들어서는 만큼 새 마음 새 기분으로 주변을 정리할 때가 됐다.

최근 국내외에서 들려오는 경제 소식이 그리 달갑게 들리지 않는다. 골드만 삭스 등 외국계 금융기관들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4% 이하가 될 것이라는 다소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또 우리의 주요 교역 대상국인 미국은 지난해부터 서브 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부실사태로 금융위기를 겪고 있고, 이 여파로 국제 금융시장과 주식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미국 소비시장마저 움츠러들고 있다고 한다.

미국 국제쇼핑센터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중 미국 소매업체들의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0.5%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증가율은 1970년 1월 이후 38년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이라는 게 협회의 발표다. 또 작년 12월 미국 신용카드 연체액 비중이 평균 7.5%로 전년 동기의 6.4%에 비해 1.1%포인트나 높아졌다. 한편 미 상무부는 2007년 12월 도매 재고량이 11월보다 1.1% 증가해 1년 6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늘어났다고 최근 발표했다.

상당수의 국제 금융기관이나 경제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이미 침체에 빠져들기 시작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 주식시장은 연일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뉴욕 증시의 폭락 도미노 현상이 유럽과 아시아 증권시장에까지 파급되고 있다. 경기의 선행지수인 주식시장의 폭락은 곧이어 경기침체라는 후폭풍이 뒤따를 것임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경기도 올해는 심상치 않다. 최근의 폭설과 에너지난 등으로 중국 경제가 불안정하다. 우리나라 주요 교역 상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불안정하다면 우리 경제도 당연히 이에 영향 받는다.

일부 국내 경제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비중이 12.3%(2007년)로 그다지 크지 않으므로 미국 경기 침체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경기가 급속히 침체하거나 장기화하면 그 영향이 적잖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경기 침체가 단순히 미국 만의 침체로 끝나지 않고 세계에 파급된다는 점이 더욱 염려스럽다. 우리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80%를 넘어서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우리 경제는 세계 경제의 변동에 민감한 구조다.

이명박 당선인은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을 6%까지 올리는 게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지만 국내외 경제여건을 살펴보면 성장률 6%를 실현시키는 것이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더구나 정부나 경제전문기관이 예측한 성장률 4.8%보다 1%포인트 이상 초과 달성한다는 것이 과연 실현될지 의문이 들 정도다. 세계 경제가 불안정하고 침체하는 국면인데 우리만 초과 달성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일까. 더구나 다른 나라보다 대외의존도가 더 높은 우리의 실정을 감안하면 걱정이 앞선다.

해결책은 모두가 경제에 매진하는 일이다. 새 정부도 올해 만큼은 다른 어떤 정책보다 경제문제를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어서 경제를 살려야 한다. 화려한 말잔치로만 경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선 민간 부문의 자율성과 산업활동 활성화가 적극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해줄 효율적인 정책 집행이 뒤따라야 한다.

민간부문 자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가 각종 행정규제와 인허가 사항들을 신속히 제거하거나 대폭 완화해야 한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행정규제 완화를 정책 최우선 순위로 내걸었으나, 지금까지 한번도 만족스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정부는 그런 관점에서 볼 때 과연 규제를 얼마나 신속하게 그리고 대규모로 풀 것인지 매우 주목된다. 규제 완화와 동시에 각 정부 부처는 기업의 산업활동을 활성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들을 마련해서 직•간접으로 지원해야 한다. 기업 위에 군림하는 게 아니라 기업을 위해 봉사하는 자세가 되어야 한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조치로는 정부와 국회가 하루라도 빨리 한미 FTA협정을 비준하고 이를 실현시키는 일이다. 세계화 시대에 국내문제만 해결한다고 경제가 풀리지는 않는다. 해외시장과 조화하는 노력이 없는 한 진정한 경제 발전과 성장은 어렵다. 더 이상 국내시장 보호 등의 근시안적 태도로 경제문제를 접근해서는 안 된다.

기업들은 무엇보다 경쟁력 제고에 노력해야 한다. 생산성을 높이고,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제고하며, R&D투자를 적극화하고, 해외시장을 적극 개척해야 한다. 민간부문에서 반드시 해결해야할 과제가 또 있다면 그건 조화로운 노사관계 정립이다. 대부분의 경영측과 노조는 기업발전과 노사관계 화합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경영자와 과격 좌파 노조가 노사 화합에 분위기를 흐리고 있다. 대부분의 경영자는 회사 발전과 수익확대에 노력한다. 일부 경영자들이 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등한시한다.

노사관계에서 심각한 문제는 과격 좌파 노조들의 반기업적 행태다. 얼마 전 민노총 대표가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새 정부가 말을 잘 안 들으면 철도, 항만, 항공 등 국가 기간 산업을 마비시켜 국제적 망신을 시키겠다고 말했다. 이게 정신이 바로 서있는 사람의 발언인지 정말 의심스럽다. 아직도 노사관계와 대정부관계를 좌와 우의 적대관계로 치부하는 모양이다. 양대 노조의 하나인 민노총 지도부가 이런 사고를 가졌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노사는 적대관계가 아니라 협력과 상생의 관계다. 이제는 노조도 기업발전과 나라 경제를 위해 같이 뛰어야 할 때다.

경제 주체인 기업, 정부, 국민 모두가 어려운 경제 여건을 극복하고 보다 나은 경제 환경을 만드는데 합심해야 한다. 실업문제를 해결하고, 집값을 안정시키고, 물가를 잡고, 성장을 달성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 모두가 이제는 경제에 매달려야 하는 이유다.

이타임즈 최재완 편집인 [choijw47@e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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