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차 판결로 본 삼성생명 상장 지연 ‘이면’

입력 2008-02-0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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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이재용 ‘후계구도 안정’

소송가액만 5조원을 넘어 단군이래 최대규모의 소송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삼성자동차 채권환수 1심 판결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달 31일 채권단의 일부 승소를 선고했다.

삼성차 소송과 관련돼 그에 못지 않게 관심을 끄는 부분은 삼성생명의 상장 지연여부다. 1999년 삼성차가 법정관리에 돌입하자 삼성그룹이 삼성생명을 상장시켜 삼성차 채권단의 손실액을 갚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후 삼성생명은 상장 여건을 충족함에도 아직까지 상장을 미루고 있다. 이는 상장이 될 경우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부자의 후계구도가 균열될 수 있기 때문에 미뤄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의 분석이다.

또한 그 뒷면에 가려진 이건희, 이재용 부자의 편법 경영권 승계와 관련 의혹들도 아직까지 해소되지 않고 있다.

◆ 채권단 손실 보전 이렇게 하기로

1등 기업 삼성에게 뼈아픈 상처를 남긴 '삼성차 사태'.

삼성은 1995년 자동차 사업에 진출해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했으나 때마침 닥친 'IMF 외환위기'와 이에 따른 자동차 내수 감소로 1999년 법정관리를 신청해야만 했다.

채권단이 손실을 입자 이건희 회장은 그해 6월 30일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생명 주식 400만주를 출연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삼성생명 비상장 주식 가격은 1주당 70만원으로 매겨져 모두 2조8000억원이 출연된 셈이었다.

삼성그룹은 삼성생명 상장을 통해 350만주는 채권단 손실 보전액으로 50만주는 삼성차와 협력사들에 대한 위로금을 지급한다는 구상이었다.

채권단은 이후 삼성생명 상장 지연으로 주식을 처분하지 못하자 삼성이 약정한 2조4500억원에 연체이자와 위약금 등 모두 5조2000억원에 달하는 소송을 걸게 됐고 현재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 유가증권시장에 이름 못 올리는 이유

삼성은 '이재용-에버랜드-생명-전자-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를 통해 그룹과 총수일가의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지배구조는 현행 금산분리 체제하에서는 불화를 빚을 수밖에 없다. 금산분리 원칙이 유지되는 한 지배구조의 핵심이자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최대주주로 있는 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가 되는 길을 피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삼성은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으로도 보험회사인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금융지주회사 설립이 가능하다. 그러나 삼성생명의 상장을 미루고 있다. 지난해 개정된 금산법 개정안은 '금융계열사와 비금융계열사가 상호 지분을 5% 이상 보유할 수 없다'는 규정을 담고 있다.

이로 인해 삼성은 생명과 전자를 두 축으로 하는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해야 한다. 순환출자 지분 일부는 2년 뒤부터 의결권이 묶이고, 일부는 5년 안에 처분해야 한다. 에버랜드가 지닌 삼성생명 지분 13.34% 중 8.34%, 삼성생명이 지닌 삼성전자 지분 7.26%중 2.26%를 팔아야 한다.

총수일가가 핵심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배권 약화도 낳을 수 있다. 따라서 이재용 전무의 경영권 승계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삼성이 삼성생명의 상장을 서두르지 못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삼성입장에서는 금산분리가 완화돼 현재의 구도를 유지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삼성으로서는 이러한 고민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이 지난해 말 이후 열리고 있다.

재정경제부가 지난 연말 발표한 보험업법 개정안에 따르면 자회사 보유 지분을 15%로 완화하는 선에서 보험사가 지주회사로 전환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법에 따라 삼성생명이 지주회사로 전환되면 삼성전자 지분을 모두 팔아야 한다. 다른 삼성 계열사들이 이를 되사기 위해 필요한 비용은 6조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삼성은 이번 개정안이 확정되면 이 고민을 해소할 수 있다.

보유 지분 완화에 따라 삼성그룹의 현재 지배구조가 그대로 유효하게 된다. 삼성카드가 에버랜드 지분만 내다 팔면 순환출자 구조가 해소되고 에버랜드를 보험 지주회사로 전환할 수 있는 요건도 성립된다.

즉 이재용 전무가 에버랜드를 지배하고 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구조 유지에 삼성은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재경부 관계자는 "삼성그룹은 순환출자 구조가 복잡해 개편으로 인한 직접 수혜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재경부 주장과는 별개로 개정안의 최대 수혜자가 삼성이 될 것이라는 데에는 재계는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들에 따르면 이재용 전무의 후계구도가 핵심인 가운데 삼성의 금산분리 완화가 은밀히 추진돼 왔다는 풀이다.

◆ 이건희 회장, 9000원에 사 70만원에 팔았다

앞서 언급대로 1999년 6월 30일 삼성그룹이 삼성생명에 매긴 1주당 가격은 70만원이었다.

이 주식 가격 매김은 그 불투명성으로 인해 아직까지도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다. 차명계좌 의혹 등 온갖 구설을 낳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은 삼성생명 주식 출연 결정 7개월전에 삼성생명 전ㆍ현직 임원 35명이 소유한 주식을 1주당 78분의 1에 해당하는 9000원에 사들였다.

임원들의 주식은 이건희 회장이 출연하기로 한 400만주와 이재용 전무가 대주주로 있는 에버랜드로 넘어갔다.

삼성의 셈법이라면 이 회장은 1주당 9000원인 360억원에 주식을 사들여 불과 7개월만에 주당 70만원인 2조8000억원에 되팔아 78배의 차익을 거둔 셈이다.

이와 관련 2000년 전국 법학대학교수 43명은 이건희, 이재용 부자를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경제개혁연대는“70만원 가치의 주식을 9000원에 판다는 것은 주식을 소유한 임원들이 정말로 자신의 것이었다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차명계좌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그룹은 "당시 이건희 회장의 주식 출연에 앞서 모든 사안을 삼성생명 이사회를 통해 결정한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삼성 비자금 의혹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는“삼성생명 주식 출연과 관련 이사회는 열리지도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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