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인공 신경망’과 ‘구조주의’

입력 2017-10-1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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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신경망은 4차 산업혁명과 우리가 요즈음 말하는 인공지능을 가능케 할 수 있는 유력한 기술이다. 최근 이 인공 신경망을 보며 이전에 읽었던 구조주의가 생각나 둘을 엮어 봤던 것을 소개하고자 한다.

거칠게 표현하면 구조주의란 사회 현상들을 이해할 때 현상을 둘러싼 시스템과 여러 입장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구조주의가 태어나던 20세기 초반, 위대한 학자들은 언어(소쉬르), 기호(바르트), 문화인류(레비스트로스), 역사(푸코), 정신(라캉)에서 표면과 내면을 분해해 가치를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했다. 재미있는 것은 인공 신경망이 구조주의적으로 동작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최근 진행했던 프로젝트에서 여러 언어가 섞인 개발자들의 텍스트를 분석할 일이 있었다. 예를 들어 ‘call’, ‘전화, ‘콜’ 등은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단어이지만, 같은 단어로 인식할 필요가 있었다.

문제는 얼마나 많은 단어가 쓰일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거기에 우리 업계에서만 쓰이는 전문용어와 은어가 섞이자, 영한사전과 같은 방대한 자료로도 처리가 불가능했다. 그러나 여기에 인공 신경망을 도입하자 완벽하게 처리됐다.

인공 신경망은 심지어 ‘전화’와 ‘콜’의 미묘한 가치 차이도 구분해 냈고, 영어뿐만 아니라 베트남어, 러시아어 같은 다른 외국어도 문제없이 분류해 낼 수 있었다. 언어로부터 표면은 떼어내고, 수치화한 가치만 남게 된 것이다. 아마 소쉬르나 바르트가 이 수치들을 본다면 꽤나 자랑스러워할 것이다.

컴퓨터의 연산 능력이 부족해 인공 신경망이 하나의 이론적인 기술에 불과했던 과거(불과 수년 전)에는 컴퓨터 과학이란 주어진 데이터와 과학자의 통찰, 그리고 컴퓨터의 연산 능력이 성과를 만드는 학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인공 신경망을 사용하는 연구를 보면 과학자의 통찰에만 기댄 문제 해결은 최소화됨을 자주 본다. 통상 과학자들의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여겨졌던 통찰을 통한 발견은 이제 인공 신경망이 상당 부분 대신할 수 있다.

해결해 내는 문제에 비하면 인공 신경망이 어떻게 그렇게 어려운 문제를 푸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이제 컴퓨터 과학자들은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에 더 집중할 수 있다. 분명 풀릴 것 같은 문제이지만 어떻게 풀 수 있을지 떠오르지 않는다면, 인공 신경망이 아마도 해결해 줄 것이다(어떤 인공 신경망을 구성해 줄지 정도는 아직 우리 손에 달려 있다). 덕분에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속도로 발전하는 컴퓨터 과학을 보게 된다. 구조주의가 만연해지고 모두가 이전 세대보다 훨씬 합리적인 사고를 시작한 포스트 구조주의 사회를 보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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