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분양 한파 속 '회장님'들도 나섰다

입력 2008-01-17 11:16 수정 2008-01-17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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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 월드 이어 현대산업 정몽규 회장도 '행차'

주택경기 냉각과 어우러진 공급물량 과다로 인해 유례없는 분양실적 저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들어 '분양난' 타개를 위해 건설업계 최고 CEO인 회장까지도 직접 마케팅에 뛰어드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건설업계는 우리나라 산업업종 가운데 가장 보수성이 짙은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일부 대형건설사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중견업체들은 건설업 위주의 그룹사를 형성하고 있다. 게다가 그룹 내 보유 지분도 높아 건설그룹 회장들의 행보는 그룹사 회장단 뺨칠 정도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이같이 은둔을 즐기던 건설업계 회장이 대거 현장에 뛰어든 것은 다름 아닌 1년째 이어지고 있는 대규모 미분양 파동 때문이다. 가뜩이나 분양시장이 얼어붙어 있는 가운데 공급물량이 겹치면서 나타나고 있는 대규모 미분양 파동에 회장단도 전처럼 전문 경영자를 믿으며 좌시할 수 없게 된 상황이 온 것이다.

이같은 회장들의 친정(親征)은 회사 임직원을 자극하는 만큼 성공으로 이어지는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1월 울산광역시 북구 매곡동 월드시티 모델하우스에는 실로 오랜만에 조규상 월드건설그룹 회장이 모습을 비췄다. 조 회장은 현재 월드건설의 주력 사업 대부분을 아들인 조대호 월드건설 사장에게 이임하고 뒤로 물러나있는 상태다. 하지만 70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건강을 자랑하는 조 회장은 모델하우스를 직접 방문하고 일일히 관람객 접대 상황을 챙기는 등 분주한 일정을 보였다. 심지어 모델하우스 취재를 위해 방문한 기자단들과도 1시간이 넘는 담화를 갖는 등 전투적인 월드건설의 모습을 그대로 보였다.

조 회장이 직접 현장을 챙기는 이유는 다름 아닌 울산 월드시티가 월드건설의 중요사업이기 때문이다. 타 사업장과 달리 2600여 세대를 공급하는 울산 월드시티는 대량 미분양으로 이어질 경우 월드건설의 사업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사업이다. 하지만 인구 100만명의 울산광역시의 주택 수요를 감안할 때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던 것이 사실. 이에 따라 월드건설은 그룹 조규상 회장이 친히 나서 사업 현장을 챙기는 모습까지 보이게 됐다.

이에 따른 효과는 만점이다. 오랫동안 두문불출하던 조 회장이 직접 나선 월드시티 현장은 주택 수요가 적다는 우려와, 실제 청약접수율이 낮았던 점을 말끔히 해소한 채 60% 이상의 초기 계약을 달성하며 '회장님의 힘'을 유감없이 발휘 했다. 조 회장이 직접 챙기는 사업장인 만큼 월드건설 관계자들도 총력을 기울였음은 두 말 할 필요도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회장님의 가세가 반드시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M&A 문제를 해결,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분투하는 쌍용건설의 경우가 그렇다. 해외에서 잇따라 고급 건축 수주를 따내고 있는 쌍용건설은 그간 워크아웃 파동을 겪으며 브랜드가치에 타격을 입은 회사다. 하지만 워크아웃 졸업 이후 이 회사는 고급 건축1위라는 자부심을 내세워 향후 주택시장의 주요 분야가 될 리모델링 시장 선점을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는 입장이다.

실제로 쌍용건설은 서초구 방배동 궁전 아파트를 리모델링한 치적까지 갖고 있을 정도로 리모델링 분야에 대해서만큼 뒤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회사다. 이에 따라 지난해 복귀한 김석준 회장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리모델링 사업에 절치부심하고 있다.

쌍용건설은 지난해 10월 있었던 서초구 반포동 미도아파트 1차 리모델링 수주전에 김석준 회장이 직접 조합원들을 만나 리모델링 홍보를 하는 파격 행사를 단행한 바 있다. 지금껏 건설사 회장이 직접 조합원들을 대면한 경우는 그때가 유일무이하다.

이 자리에서 김 회장은 쌍용건설의 리모델링 실적과 아울러 해외 건설실적을 강조하며 시공사 선정에서 쌍용건설을 선택해줄 것을 조합원에게 부탁했다. 하지만 경쟁사인 대형건설사 D산업의 네거티브 공세에 시달리며 결국 시공사 선정에서 탈락했다. 김석준 회장이 직접 나섰다는 점에서 쌍용건설의 아쉬움은 두 배로 배가 됐을 것이다.

최근에는 현대산업개발의 회장 정몽규 회장이 직접 분양 현장을 챙겨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2003년 이후 현대산업개발은 재건축, 재개발 사업 외에 별다른 주택사업을 추진하지 않다가 실로 실로 4년여 만에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 바로 부산 해운대구 우동 마린시티에 들어설 '해운대 아이파크'가 그것.

부산광역시의 경우 최근 분양한 대부분의 단지가 주택형별로 한 자리 수의 청약자들을 받았을 정도로 주택수요가 극히 위축돼있는 곳. 여기에 한 술 더 떠 해운대 아이파크는 분양가도 3.3㎡당 평균 1650만원 선에 책정해 부산지역 사상 최고 분양가를 기록을 경신해놓고 있어 상황은 더욱 좋지 못하다. 이에 따라 분양에 대한 자신감이 크게 떨어진 것이 정 회장을 불러내게 된 이유다.

정 회장은 지난 15일 해운대 아이파크 프로젝트 소개 자리에 직접 참여해 마이크를 잡고 해운대 아이파크를 소개했다. '포니 정' 고 정세영 회장의 아들인 정 회장의 개입은 3년 이상 미미했던 현대산업개발의 주택사업을 재개하겠다는 포문 인 셈이다.

하지만 정 회장이 직접 챙기고 있는 해운대 아이파크 현장도 그다지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무엇보다 턱없이 높은 분양가로 인해 수요자들의 관심은 끌어도 실제 계약으로 이끌어낼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대산업개발 고위층도 덩달아 초조해지고 있다. 자칫 대량 미분양이 발생할 경우 이 사업을 직접 챙긴 정 회장의 체면을 구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월드건설의 경우 분양가를 현실화하는 등 조 회장이 직접 챙긴 것 외에 분양 성공요소가 확실히 있었다"며 "해운대 아이파크의 경우 입지가 좋다고는 하지만 턱없이 높은 분양가로 인해 분양 전망이 밝지않아 자칫 정 회장이 직접 나선 회사의 이미지만 버릴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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