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채권왕으로 불렸던 유명 투자자 빌 그로스가 주요국 중앙은행의 잇따른 테이퍼링(양적완화 규모 축소) 움직임에 경고를 보냈다. 자칫 이들의 테이퍼링 움직임이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로스는 현재 자신이 펀드매니저로 몸담는 야누스헨더스어드바이저스의 7월 월간 투자 전망 보고서에서 각국에서 기준금리 인상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이러한 흐름이 부채 부담이 커진 글로벌 경제에 타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로스는 세계 최대 채권펀드 운용사인 핌코 창업자다. 금리인상은 단기 부채 비용 증가로 이어지게 되고 결국 기업과 개인의 대출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당장 미국만 놓고봐도 가계부채는 14조9000억 달러에 달하고, 기업 부채 규모는 13조7000억 달러에 이른다. 금리가 오르게 되면 이 부채에 대한 이자 부담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된다. 그로스는 “각국 정부와 미국 재무부는 (금리인상으로) 늘어난 비용을 감당할 수 있지만, 기업과 개인 대부분은 감당하기 버겁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점진적 금리인상을 진행하고 있다. 연준은 지난 2015년 12월 이후 지난달까지 총 4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올해 연준이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국가에서도 일부 선진국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 조짐에 따라 유동성 공급이나 채권매입 프로그램을 회수하는 등 연준의 긴축행보에 합류하려는 중앙은행이 늘어가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물론 영란은행도 긴축 행보를 시사했고, 캐나다 중앙은행은 이번 달 약 7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그로스는 전문가들이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를 웃도는 이른바‘수익률 역전 현상’이 침체를 시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같은 통상적 개념이 과연 유효한지에 의문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제까지 전례가 없었던 초완화적인 통화정책 시대에서 기존 정책 모델에 의존하는 것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