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는 6월 한 달 사이 영국과 프랑스에서 연이어 테러가 발생했다. 20일(현지시간)에도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자살폭탄테러 시도로 추정되는 폭발이 발생했다. 벨기에 검찰에 따르면 이날 저녁 오후 8시30분께 브뤼셀 중앙역에서 폭발이 발생했다. 당국은 현장 인근에서 테러 대비 경계 중이던 무장군인들이 자폭벨트를 찬 용의자에게 총격을 가해 제압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용의자는 “알라는 위대하다”고 외친 후 폭발물을 터뜨리려했다. 용의자 신상이나 총격 이후 생사 여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브뤼셀 중앙역은 벨기에의 대표적인 관광명소인 그랑플라스와 인접해 온종일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어서 이번 테러가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다. 벨기에 검찰은 이번 폭발을 테러 공격으로 간주하고 조사하고 있다.
이날 폭발로 인한 사상자는 없었지만 지난해 브뤼셀 자벤템 공항과 시내 지하철 역 등에서 동시다발 폭탄테러를 겪었던 브뤼셀 시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지난해 대형 테러가 발생한 직후 대대적으로 테러 경비 태세를 강화했음에도 테러가 일어나 시민들의 공포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이같이 무방비한 일상을 노린 테러가 유럽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유럽 전역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테러는 8차례에 달한다. 올해 가장 혼란의 시기를 겪는 곳은 영국이다. 지난 19일 새벽 런던 북부 핀즈버리 파크 모스크(이슬람 사원) 인근에서 승합차가 돌진해 1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다쳤다. 지난 3일 런던 브릿지 차량 테러로 8명이 숨지고 48명이 다친 지 불과 16일 만에 또다시 수도 런던에서 테러가 발생한 것.
특히 이번 테러는 이슬람교도를 노린 백인 남성의 증오 범죄여서 더욱 충격을 줬다. 잇따른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저지른 테러로 유럽에서 이슬람 혐오와 반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증오범죄 발생과 그에 따른 사회 분열과 갈등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이보다 앞서 지난달 맨체스터에서는 미국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의 콘서트장에서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해 22명이 희생됐고, 3월에는 런던 웨스트민스터 다리에서 차량이 돌진해 8명이 사망했다. 석 달간 영국에서 발생한 세 번의 테러 모두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배후를 자처했다.
이웃국가 프랑스 수도 파리도 테러로 몸살을 앓는 것은 마찬가지다. 영국 런던 모스크에서 증오범죄가 발생한 날인 19일 파리에서는 대표 관광지 샹젤리제 거리에서 폭발물을 실은 승용차가 경찰차로 돌진, 충돌 뒤 폭발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테러로 인한 사상자는 없었으며 용의자는 중상을 입고 옮겨졌으나 곧 숨졌다. 해당 용의자는 프랑스 수사당국의 테러 위험인물 리스트에 올라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테러뿐 아니라 유럽에서는 자연재해와 인재(人災)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시기를 맞고 있다. 14일 영국 런던에서는 24층 고층 공공 임대아파트 ‘그렌펠타워’에서 대형 화제가 발생해 79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이번 참사의 원인이 된 건 지난해 보수 당시 사용됐던 값싼 외장재와 공공 아파트에 대한 정부의 부실한 관리였다. 분노한 시민들은 정부의 안전 불감증과 안일한 대처를 비판하며 거리 시위를 벌이고 있다. 가뜩이나 지난 8일 총선에서 패배해 리더십 위기를 맞은 테리사 메이 총리는 사퇴론까지 직면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포르투갈에서는 역대 최악의 산불로 64명이 죽고 7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 일부 지역의 기온이 40℃를 넘어서는 폭염 속에서 진화가 쉽지 않아 인명과 재산 피해가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