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억장(億丈)

입력 2017-06-1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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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 아파트에서 밧줄을 타고 작업하던 사람이 술 취한 주민이 밧줄을 끊어버리는 바람에 추락하여 숨지는 놀랍고도 어이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가족은 “억장이 무너진다”며 울먹인다. 이 기막힌 현실 앞에서 어찌 억장이 무너지지 않겠는가?

국어사전은 억장을 ‘썩 높은 것, 그런 높이’라고 풀이하고 있으며, ‘극심한 슬픔이나 절망 등으로 몹시 가슴이 아프고 괴로운 상태’라는 보충설명을 하고 있다. 억장은 말 그대로 ‘1억 장(丈)’의 높이이다. ‘丈’은 ‘어른 장’, ‘맏아들 장’, ‘장인 혹은 장모 장’ 등 다양한 뜻을 가진 글자이지만 길이를 나타내는 단위이기도 하다. 1장은 성인의 키 정도 길이를 말한다.

그런데 사람의 키는 양팔을 옆으로 곧게 수평으로 펴서 벌렸을 때 한쪽 손끝에서 다른 쪽 손끝까지의 길이와 같다고 한다. 이 양 손끝 사이의 길이를 ‘장’이라고 하는데 다른 말로는 ‘발’이라고 한다. 새끼줄 같은 것의 길이를 잴 때 ‘한 발, 두 발’ 하며 세던 ‘발’이 바로 이 ‘발’이다. 농악대 상모의 길이가 긴 것을 ‘열두 발 상모’라고 하는데 이때의 ‘발’이 대표적인 용례이다. 그러므로 1장은 곧 ‘한 발’과 같은 길이이다.

다른 한자로는 ‘?(길 인)’자를 사용하기도 한다. “천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 속의 ‘길’을 한자로는 ‘?’자를 쓰는 것이다. ‘한 길 사람 속’이라는 표현에서 보듯이 ‘길’ 즉 ‘?’ 또한 ‘丈’과 마찬가지로 사람 키 정도의 길이를 나타내는 말이다. 정리하자면 丈, 길, 인(?)이 다 같은 길이를 나타내는 다른 말이다.

부모와 자식, 부부, 형제자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사랑의 깊이를 1억 장이라 표현한들 충분할까? 아니다. 수억, 수십억, 수백억 장이라고 해도 모자란다. 그런 사랑하는 사람이 어이없는 사고로 갑자기 죽었다.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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