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현의 경제왈가왈부] 이주열 총재 임기 내 금리인상 못하는 다섯 가지 이유

입력 2017-06-13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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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빡이 켰지만 2% 부족한 현실..금리인상 한번 못해보고 떠날 가능성 여전

“앞으로 경기회복세가 지속되는 등 경제상황이 보다 뚜렷이 개선될 경우 통화정책 완화정도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 이런 가능성에 대한 검토를 면밀히 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한은 본관에서 열린 창립 제67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통해 한 말이다. 실로 오랜만에 긴축을 시사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이를 반영하듯 채권시장도 오랜만에 이 총재의 언급에 반응하며 약세장을 연출했다.

다만 이같은 발언에도 불구하고 이주열 총재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3월말까지 실제 금리인상이 단행되긴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이 경우 이 총재는 1990년대말 통화정책이 기준금리로 변경된 후 거쳐 간 다섯 명의 총재 중 유일하게 금리인상을 한 번도 못하고 떠나는 총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한국은행)
◇경제호조+가계부채+부동산가격급등+연준인상 = 이 총재는 취임초인 2014년 5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회견에서 “분명히 잠재성장률 적어도 그 이상의 회복을 내다보고 있는데 그런 경기흐름을 전제로 한다면 적어도 기준금리의 방향은 인상 쪽”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이후 2014년 중반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 취임과 부동산규제 완화로 시작된 경기부양정책에 한은은 속절없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해야만 했다.

결국 인상 깜빡이를 켜고 인하를 해버린 셈이 됐다. 당시 최경환 부총리의 “척하면 척” 발언은 한은 역사상 치욕으로 남을 명언(?)이 돼버렸다. 이 말은 그해 연말 한은 출입기자들이 꼽은 올해의 한은 이슈 중 1위에 오르기도 했었다.

다만 지금 상황에서는 최소한 이같은 깜빡이 논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도 이를 의식한 듯 임기초 언급과 뉘앙스가 비슷하다는 취지의 기자 질문에 “임기 초엔 그랬다. 3년 전 일 아니냐. 당시 4% 성장이 예상될 때다. 그 후엔 세월호,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 여러 사건이 터지면서 성장세가 (꺾였다). 3년전 얘길 왜 꺼내나. (당시에 인상을 시사했지만 못했던 것을 감안해서) 이번에도 그렇지 못할 것이라는 걸 깔고 하는 말인가”라고 되물었다. 사실상 결연한 의지(?)까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은은 이 총재의 이번 언급을 미 연준(Fed)의 6월 금리인상과 급증한 가계부채 상황이 여전한 가운데 최근 상승폭이 가팔라지고 있는 부동산가격 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점도 숨기지 않았다. 실제 이번주 연준이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한국(1.25%)과 미국(1.00~1.25%)간 기준금리차는 사라지게 된다. 아울러 최근 새 정부 출범 후 서울 강남과 부산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과열양상을 띠면서 정부가 이번주부터 대대적인 부동산 투기 합동 단속에 나선다.

(한국은행,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은행, 산업통상자원부)
분명 이번 언급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톤의 언급이라는데 동의한다. 앞선 이유 이외에도 최근 수출 호조에 따라 경제지표가 몰라보게 호전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한은은 오는 7월 올해 경제성장률(GDP) 전망치를 상향조정하겠다고 예고하고 나섰다. 한은은 앞서 지난 4월에도 올 GDP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6%로 상향조정한 바 있다.

최근 랠리를 펼치고 있는 주식과 채권시장에 대해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는 관측도 가능하다. 실제 9일 현재 코스피는 2381.68 포인트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 랠리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국고채 3년물 금리도 지난 7일 1.621%까지 떨어지며 1월5일 1.607% 이후 5개월만 최저치를 경신했다. 그렇잖아도 금융시장의 과열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인 금융상황지수가 과열의 기준점인 1에 바싹 다가선 상황이다.

(한국은행)
(한국은행)
다만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가 9일(현지시간) 2만1271.97포인트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도 지난 6일 2.146%까지 떨어져 미 대선 당일인 2016년 11월9일(2.0618%) 이후 7개월만 가장 낮았다. 최근 금융상황이 우리만의 특징은 아닌 셈이다.

▲비교의 편의를 위해 같은 시점의 전망 내지 실적치를 줄로 그엇다.(한국은행)
▲비교의 편의를 위해 같은 시점의 전망 내지 실적치를 줄로 그엇다.(한국은행)
◇낮은 물가에 GDP갭률 마이너스 지속+미흡한 심리개선+지엽적인 부동산가격 급등+구조개혁+축소된 금통위 = 최근 경제가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GDP갭 마이너스는 내년까지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한은이 전망한 내년 상반기까지 시계열을 보면 GDP갭 마이너스가 빠른 속도로 축소되긴 했지만 여전히 마이너스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한국은행, 통계청, 체크)
(한국은행, 통계청, 체크)
이는 물가와 실질금리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어서다. 한은 전망 자체도 소비자물가는 올해와 내년 각각 1.9%에 그친다. 이는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치 2%를 밑도는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원유재고량 급증에 국제유가가 50달러를 밑돌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두바이유 기준 올 들어 전날까지 국제유가 평균은 배럴당 51.77달러에 머물고 있는 중이다. 이는 한은이 전망한 원유도입단가 53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한국은행, 체크)
(한국은행, 체크)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경제심리도 크게 개선되는 흐름이다. 다만 소비자와 기업경기를 종합한 경제심리지수(ESI)는 아직 기준치인 100을 넘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실제 5월 현재 ESI 순환변동치는 96.3을 기록하며 2년1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 중이나 기준치 100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금리인상이 ESI 순환변동치 100 이상에서 이뤄져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2% 부족한 셈이다.

(한국은행)
(한국은행)
최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지만 서울 강남과 부산 등 일부지역에 국한한 분위기다. 박승 전 총재 재임시절인 2005년 부동산 가격급등발 금리인상을 검토하기에는 이른 국면인 셈이다. 실제 당시에도 금리인상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박 전 총재는 전날(12일)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한은 창립 제67주년 기념 축하모임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부동산 가격 급등과 관련해 금리로 대응하는 방안을 묻는 질문에 “부동산은 여러 요인 중 하나다. 그것만 보고 결정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그는 또 “(총재로 재임하던 당시) 카드채 문제로 경제성장률이 2%에 머물렀다. 경기침체냐 부동산이냐를 놓고 고민했었다”고 회고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일자리 마련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논의되고 있다는 점도 금리인상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당장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일자리 추경이 잠재성장률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한은 역시 오랜만에 불기 시작한 경기회복모멘텀에 대한 불씨를 살리기 위해 구조개혁 등을 강조하고 나서고 있는 중이다. 한은은 낮은 금리 수준이 이같은 구조개혁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온 바 있다.

이밖에도 연 8회로 축소된 한국은행 기준금리 결정 금융통화위원회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연말과 연초, 설과 추석 명절이 속한 달에 금리변경이 거의 없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연초인 내년 1월과 설이 속한 내년 2월은 사실상 금리변경이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올해 남은 네 번(7월, 8월, 10월, 11월)의 금통위 중 10월과 11월이 이 총재 임기 중 유일하게 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셈이다. 그때까지 앞선 고민들이 해소될 수 있을까? 미국의 금리인상과 자산축소 속도가 빨라지고 부동산 가격 급등이 전국적으로 확산된다면 모를까 현재로서는 갈 길은 멀고 해는 저무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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