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최근 국내외 부동산 정리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선 ‘최순실 사태’로 중단된 금융지주사 전환에 재시동을 거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해선 계열사 지분 인수 등에 쓰일 현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2013년에 사들인 영국의 ‘런던 서티 그레셤(London 30 Gresham)’ 빌딩을 매각하기로 했다. 현재 시장 수요조사(태핑)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은 이 빌딩을 5700억여 원에 구입했다. 당시 보험사의 해외 부동산 투자 가운데 최대 규모였다.
주목할 점은 이번 빌딩 매각이 그동안 삼성생명의 행보와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삼성생명은 2013년 이후 해외 부동산을 사들이고 국내 부동산을 정리하는 양상을 보였다. 사업보고서상 삼성생명의 해외 부동산 규모(취득원가)도 2013년 말 3246억 원에서 지난해 말 1조8904억 원으로 급증했다. 반면 국내에선 태평로 본사까지 팔아치웠다.
이에 시장에서는 삼성생명이 지배구조 개편을 앞두고 실탄 확보를 위해 자산운용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삼성생명은 금융지주사 전환 자격을 얻기 위해 삼성화재 지분을 15% 이상 매입해야 한다. 상장사에 대한 지분율을 30% 이상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화재에 대한 삼성생명의 지분율은 14.98%다.
또 다른 쪽에서는 새로운 국제회계기준 IFRS17 도입 준비와 파운드화 가치 하락 등 현지 시장에 대한 우려가 맞물려 이번 결정을 내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IFRS17은 자산과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게 핵심이다. 자산, 부채 변동폭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몸집이 큰 부동산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
‘브렉시트’ 여파로 파운드화 가치가 하락한 것도 건물 유지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내 외환시장에서 1파운드는 2013년엔 1700원대에 거래됐지만 현재 1400원대로 떨어졌다.
지난해 삼성생명은 사업보고서에서 “센트럴 런던(Central London)의 공실률은 신축 증가 및 수요 감소에 의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매입한 지 5년 정도 되면 수익성을 평가해 매각 여부를 판단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