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진의 루머속살] ‘테슬라 요건’ 상장 지원… 또 특혜 논란?

입력 2017-03-0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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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금융부 차장

한국거래소가 역사상 가장 파격적인 상장 지원책을 꺼내들었다. 테슬라가 나스닥에 상장했을 당시의 요건을 들여온다는 것이다. 거래소는 이익 중심에서 성장성 고려 심사로 대전환해 올해 1월부터 적자기업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수 있도록 허용한 상장특례제도를 시행한다.

미국의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가 지난 2004년 설립 이후 줄곧 적자에 시달렸지만, 기술력을 인정받아 6년 뒤 나스닥시장에 상장한 사례를 참고했다는 것이 거래소 설명이다.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를 창업할 당시 이미 페이팔을 통해 수조 원대 재벌 반열에 올라선 인물이다. 현재 국내 상황에서 일론 머스크와 같은 수조 원대 재산이 있는 재벌이 테슬라를 창업해 한국거래소에 상장특례제도를 거쳐 상장한다고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우선 상장특혜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자칫 정치권과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도 된다면 특검 조사를 받아야 하는 것이 우리나라 현실 아닌가.

실제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불과 얼마 전까지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는 물론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특혜 의혹 수사까지 받았다. 국회는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연일 의혹을 제기하면서 질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을 추진한다는 소문이 있을 때부터 한국거래소는 상장 유치에 나섰다. 언론을 통해 국내 대표 기업이 해외에 나가겠냐는 말까지 하면서 여론을 통해 삼성의 국내 상장을 압박했던 것이 한국거래소이다.

그렇지만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정치권과 일부 언론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특혜 의혹을 제기하자 혹시나 불똥이 튈까 노심초사하며 숨죽였던 것도 한국거래소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추진 당시 찬성 의견을 냈던 거의 모든 증권사와 전문가들이 정치권과 특검의 수사에 모두 입을 다물었듯이 거래소 역시 특혜 상장 논란에 소극적인 해명에만 나섰다.

그런데 테슬라의 상장 요건과 같은 상장특례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하니 거래소는 자신들의 수익만 생각할 뿐 상장한 기업주들의 안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거래소의 상장특례제도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적극 찬성한다. 문제는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롯데호텔, 이랜드리테일 등 정치권에서 논란이 있으면 결정 못하고 눈치 보기에만 급급한 한국거래소의 현주소 아닌가.

이런 특례제도를 도입하기 전에 우선 각종 의혹을 제기한 곳에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이해를 시켜야 한다. 그리고 근거가 없거나 법적 문제가 있는 의혹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이라도 해서 ‘묻지마’식 의혹 제기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국거래소가 심사해서 상장시켰으면 직접 나서서 해명하고 해당 상장사를 보호해야지, 수익만 보고 나 몰라라 한다면 어느 누가 상장하겠는가.

특혜 논란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상장심사에 주관적인 요소를 줄이고, 일반인들도 해당 회사가 상장 요건이 될 수 있는지 알 수 있도록 규정이 쉽고 간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거래소의 상장특례제도는 제2의 삼성바이오로직스 특검 수사를 부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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