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우의 지금여기] ‘오너’의 지주회사로 가는 길, 산 넘어 산

입력 2017-02-13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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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1부 차장

바람 잘 날 없는 재계가 ‘개혁론’에 휩싸였다. 조기 대선 정국과 맞물린 2월 임시국회가 재벌개혁 법안 처리의 최적기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형국이다. 이 중 여야 간 이견을 보였던, 상법 개정안이 절충점을 찾아가는 것은 개혁의 속도가 심상치 않음을 보여준다.

재계의 우려에도 회사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대해 신주 배정을 금지하는 ‘상법 개정안’ 처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바른정당이 최근 1년 유예라는 카드를 들고 나오면서 법안 처리에 숨통이 트였지만, 돈 안 들이고 지분율을 높일 수 있는 ‘자사주 마법’ 금지안은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자사주 마법’이란 본래 행사할 수 없던 자사주 의결권이 지주회사 전환 뒤 부활돼 총수 일가 지분의 우호 의결권으로 행사되는 현상을 말한다. 만일 법안이 통과되면 인적분할에 자사주를 활용할 길이 막히거나 비용이 들게 됨에 따라 지주사 체제를 강화하려는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진다. 총수의 지배력을 확대하려는 구상에서 자사주는 ‘핵심 고리’이기 때문이다.

‘내 회사다’라는 대기업 총수의 인식은 태성적인 것에서 비롯된다. 이에 종업원, 주주 등을 신경 쓰지 않는 독단적인 경영 판단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우리는 이를 ‘한국식 오너 경영의 과감한 결단’이라고 포장한다. 총수 자녀들의 경영 참여는 당연시되고, 일감을 몰아주는 사업체 경영자로 오너 일가가 빠짐없이 등장한다. 우리 기업에서 ‘경영권 승계’가 가장 큰 이슈로 자리 잡은 배경이다.

오너의 경영권 세습을 위해 계열사를 붙이고, 쪼개는 과정에서 각종 편법이 판을 쳤다. 그중 주력 회사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해, 지주사의 후계자 자녀 지분을 늘리고 자사주를 우호지분으로 활용하는 방법은 단골 메뉴다. 지분의 절반가량을 세금으로 내면 경영권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총수들은 이 같은 편법을 일삼았다. 정치 권력과 손잡고 이를 악용하는 폐단을 반복했다. 기업들이 지주회사로 전환할 때마다 외치던 시너지 효과와 투명성 제고 등 거창한 일성이 공허한 메아리로 들리는 이유다.

과거 많은 기업들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자사주 마법을 활용했다. 현행법에서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다. 하지만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는 회사가 인적분할 방식으로 자회사를 설립하는 경우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에 대해서도 신주가 부여되고 의결권이 생기게 된다.

문제는 이런 자사주 마법이 주식회사 제도의 기본 정신에 부합하느냐 여부다. 당연지사, 회사의 자본인 자사주를 특정 주주 또는 총수를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상식의 범위를 벗어난다.

재계는 자사주의 인적분할에 대한 제한 방안이 지주회사 전환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 자사주 마법이란 당근책을 없애는 것은, 지주회사 전환에 집중하고 있는 정책의 현실감을 상실시킨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재벌의 경제력 집중 억제라는 정책 목표에는 명확한 답변이 없다. 자사주 마법이 오너 일가 지배력을 강화할 뿐, 총수의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지 못하는 비효율적인 정책적 수단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에 총수 일가가 아닌 국가 경제의 미래를 제고하는 정책적 판단으로 해석하면, 법안 처리의 해답은 분명한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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