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서민물가 상승이 기업책임인가

입력 2017-01-25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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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산업2부장

즐거운 설 명절이 다가오고 있지만 서민들은 요즘 한숨 소리만 나오는 것 같다. 바로 서민물가가 폭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주위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장보기가 무섭다고 한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재래시장을 돌아보지만 한 해 한 해가 다르게 물가가 오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는 그동안 지표상 나타나는 저물가만 외쳤지, 서민물가 폭등에는 거의 손을 놓은 것 같다. 최순실 사태로 국정혼란이 가중돼 최근 폭등하는 물가를 잡기에는 역부족이라고 군색한 소리를 한다.

지난 19일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처음 연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정부는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이날 회의에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민물가를 끌어올리는 담합 행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말해 사실상 물가 책임을 기업에 떠넘기는 뉘앙스만 풍겼다.

과연 최근 물가 폭등이 식음료 기업들만의 책임일까.

일각에서는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인한 국정 공백의 틈을 타 주요 기업들이 생활필수품 가격을 올렸다고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식품업계의 얘기를 들어보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몇 년 동안 정부의 물가 잡기로 가격 인상을 하지 못한 데다 실적 또한 좋지 않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항변한다. 물론 정국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기습적인 제품 가격 인상은 비난받을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물가 상승은 기업의 문제라기보다는 정부의 책임이 더 크다.

채솟값 폭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유통구조의 문제와 후진적 농산물 생산체제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정치권의 농민 눈치 보기로 외압이 들어오면서 사실상 농림축산식품부가 개혁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특히 올해 예산이 사상 첫 400조 원을 넘어 슈퍼예산 시대가 열려 이것이 물가 상승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직접세로 400조 원을 걷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간접세로 세수를 보충할 수밖에 없다. 간접세 비중이 높아질수록 물가에 반영돼 사실상 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예산을 늘리기보다 국회의원이나 공무원, 지자체가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으로 펑펑 쓰는 예산을 줄이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은 채 무조건 예산만 늘리는 것은 문제가 많다.

정부의 물가에 대한 이러한 안일한 대책은 전안법(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 시행 논란에서도 잘 나타난다. 전안법은 공급자 ‘적합성 확인(KC 인증)’을 전기용품뿐 아니라 공산품·생활용품까지 확대해 받아서 공개하는 제도다. 오는 28일 시행 예정이었던 전안법은이 KC 인증 비용 때문에 공산품과 생활용품 가격 상승을 주도할 수밖에 없어 영세사업자들과 소비자들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슬그머니 시행하려던 법안이 전안법 찬성 국회의원 189명 명단과 연락처가 공개되면서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부담을 느낀 산업통상자원부는 법 시행을 1년 유예하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지난주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었음에도 이 같은 법 시행을 하겠다는 정부 정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가뜩이나 서민물가가 치솟고 있는데 전안법 시행은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기 때문이다.

과거 역사에서 정권이 무너진 계기가 모두 물가폭등으로 말미암은 국민의 분노에서 일어난 사실을 정부 정책 당국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몇 년 전 중동과 북아프리카 민주화 시위의 직접 원인도 고물가와 고실업, 부패정치가들에 대한 국민의 저항으로 일어났었다. 최근 이집트 반정부 시위도 설탕가격 폭등과 품귀현상으로 민심이 폭발하면서 일어났다.

물론 저성장 국면에서 소비자 물가 상승은 경기 회복의 마중물이 될 수 있지만, 최근 우리 경제 여력을 보면 고물가는 오히려 스태그플래이션(저성장·고물가 현상) 우려만 키울 수 있다.

지표에만 얽매인 탁상행정의 물가대책을 논하기에는 현재 서민물가는 심상치 않다. 촛불시위가 고물가로 인한 반정부 시위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책당국은 시급히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물가 상승의 모든 책임을 기업에만 전가하기에는 보는 눈이 너무 많다는 것을 정치권과 정부당국자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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