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트럼프, 1930년대 대공황 교훈 잊지 말아야

입력 2017-01-24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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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호 국제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역사적인 취임식을 한 가운데 한편에서 새로운 공포가 꿈틀거리고 있다. 트럼프가 1930년대 대공황을 재연할 것이라는 두려움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지난해 12월 “트럼프 랠리가 대공황 직전 펼쳐진 ‘쿨리지 호황’과 비슷하다”고 경고했다.

지금 뉴욕증시 다우지수가 2만 선을 넘보는 것처럼 당시에도 저명 경제학자인 어빙 피셔가 “증시는 앞으로 꺼지지 않을 영원한 고점에 도달했다”고 말하는 등 미국에서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팽배했다. 그러나 직후 미국과 전 세계는 유례없는 대공황에 직면했다. 주가가 대폭락하고 실업률은 25%까지 치솟았다.

전대미문의 경제 재앙을 불러일으킨 것은 바로 1928년 미국이 수천 개 품목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스무트-홀리법’이었다. 미국의 무역장벽에 다른 나라들도 보복조치를 취하면서 전 세계 경제가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 항구 물류창고와 밭에서 식량이 썩어 들어갔지만 길거리에서 굶어 죽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보호무역주의’야말로 트럼프가 트레이드마크처럼 내세우는 것 아닌가. 사실 트럼프 정부 내부에서도 이런 보호무역의 파괴력을 잘 알고 있다.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 내정자는 스무트-홀리법을 언급하면서 “우리는 그 접근법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역사에서 배웠다”며 “이는 현재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전략을 일종의 포커 게임에서 볼 수 있는 ‘블러핑(허세 부리기)’으로 보고 있다.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속칭 ‘뻥카’를 내밀고 있다는 것이다.

뻥카는 내지 않을 때 더욱 가치가 있다. 시장에서 트럼프 랠리가 연출된 것도 트럼프가 선거 유세에서는 뻥카를 냈지만, 실제로는 사업가 출신답게 철저히 실리를 추구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보호무역의 위험성은 이미 대공황으로 증명됐다. 무역전쟁이 모두 패자가 되는 게임이라는 것은 두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다. 트럼프여, 부디 역사의 죄인으로 남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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