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투데이] 보복관세 ‘발등의 불’

입력 2016-12-08 16:47 수정 2016-12-09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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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 가운데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냐”고 반신반의하는 것 중의 하나가 보복관세다. 미국의 제조업과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극약처방으로 내세운 보복관세 공약은 ‘선거용’이거나 ‘유리한 통상협상을 위한 엄포용’ 정도로 여겨졌다.

그런데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4일(현지시간) “해외로 공장을 이전해 미국으로 역수출하는 제품에 대해 35%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재차 경고하면서 인식이 확 바뀌고 있다. 주요 유통업체를 비롯한 관련업계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 화들짝 놀란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듯 미국의 연구소들이 내놓은 보복관세 영향분석 자료에 각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경제전문방송인 CNBC는 7일(현지시간) 미국의 수입통계를 근거로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대로 보복관세가 시행되면 적게 잡아도 관세 수입이 3000억 달러(348조 원)나 늘어나게 된다고 보도했다. 환율조작과 심각한 무역불균형을 이유로 중국산 제품에 45%의 보복관세를 매기고 멕시코에 35%의 관세를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이런 계산이 나온다.

미국의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집계한 지난해 미국의 총수입은 2조2266억 달러. 거둬들인 관세는 339억 달러로 평균 관세율은 1.5%였다. 이 가운데 대 중국 수입은 4791억 달러로 144억 달러의 관세(평균 관세율 3.0%)를 거둬들였는데 보복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관세가 2000억 달러 이상 늘어난다는 것.

3위의 수입대상국인 멕시코로부터는 연 2946억 달러의 상품을 수입했지만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평균 관세율이 0.1%에 불과해 연간 관세는 3억 달러에 그쳤다. 보복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관세가 1000억 달러나 늘어나게 된다.

여기에다 북미자유무역협정을 폐지할 경우 2위의 수입대상국인 캐나다에 대한 관세율도 평균 0.1%에서 껑충 뛸 수밖에 없어 관세수입은 급증하게 된다는 계산이다. 고율의 관세가 부과되더라도 수입액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비현실적인 조건을 전제로 한 것이지만 상황을 한 눈에 파악하기에는 좋은 계산법이다.

ITC 자료에 따르면 4위와 5위의 수입대상국인 일본과 독일의 경우 지난해 평균 관세율이 1.7%와 1.5%였고 6위인 우리나라의 경우 평균 관세율이 0.9%로 한미자유무역협정의 혜택을 제대로 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기업들은 지난해 미국에 695억 달러의 제품을 수출하고 6억 달러의 관세를 납부했다. 이에 비해 베트남 기업들은 375억 달러를 수출하고도 우리의 4배가 넘는 28억 달러의 관세를 냈으니 자유무역협정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미국인들은 보복관세의 위력을 ‘치킨 택스(Chicken Tax)’를 통해 잘 알고 있다. 지난 1963년 프랑스와 서독이 미국산 닭에 대해 덤핑관세를 부과하자 이에 맞서 린든 존슨 정부가 감자 전분, 브랜디, 경트럭 등 4개 품목에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한 것이 치킨 택스의 유래다.

반세기가 훨씬 지났는데도 치킨 택스의 위력은 여전하다. 벤츠, BMW 등 독일산 승용차가 미국 고급 자동차시장을 석권하고 있지만 경트럭은 발도 못 붙이고 있는 것은 치킨 택스 때문이다. 미국자동차업계의 입김이 거세 한번 발동된 보복관세가 폐지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러니 보복관세는 일단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한번 맞으면 거의 회복이 어려운 사실이 통상역사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보복관세는 또 다른 보복관세를 불러오는 특성이 있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한 미국 재계의 물밑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미국 주요 경제단체는 물론 보수계의 헤리티지연구소, 무역자유화의 선봉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등 주요 연구기관들은 트럼프 신정부의 돌발행동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관세가 오르면 저소득 근로자가 가장 불리하다’는 논리를 열심히 전파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의류, 신발, 자동차 등 3대 필수품에서 관세의 50% 이상을 거둬들여 서민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현 관세체제를 더 악화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들 연구소의 주장이다. 현재 100달러 수준 미국인 1인당 관세부담액이 급격히 높아질 경우 서민들의 체감 물가가 상승하면서 상당한 반발이 야기될 수 있다는 주장도 곁들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설득으로 기세등등한 트럼프 당선인이 전가의 보도처럼 여기는 보복관세를 막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칼을 뽑았으니 무라도 벨 것만 같다. 주요 교역국들 간 협력과 적절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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