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정시몬 ‘세계문학브런치’

입력 2016-12-05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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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파우스트…서구 문학의 정전 맛보기

오늘날처럼 시간에 쫓기고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일들이 많은 세상에서 두꺼운 소설책을 손에 잡고 있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읽어야 할 책은 또 얼마나 많은가. 좋은 소설책을 읽는 일은 상당한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문학의 세계로 인도하는 책을 원한다면 정시몬의 ‘세계문학브런치’를 추천한다. 여기에 소개된 책들은 전문가들이 흔히 ‘정전’(正典)이라고 부르는 서구 문학의 기본이자 표준에 해당한다. 원전을 읽는 것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분야별로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책이 어떤 특징과 내용을 갖고 있는지를 주마간산 격으로 이해하도록 돕는 책이다. 독자들은 저자의 해박함과 부지런함에 모두 빚진 자가 될 수 있을 만큼 좋은 책이다.

책은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단테의 여정과 괴테의 흥정 △장르 문학의 모험 △셰익스피어를 읽는 시간 △근대소설의 거장들 △세계문학의 악동들 △시의 향연으로 구성된다. 제목만으로도 어떤 성격의 책인지를 금방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는 게 좋지만, 본인이 알고 싶은 분야의 글부터 읽는 방식도 추천한다. 적절한 인용문과 함께 저자의 유려한 필력 때문에 술술 읽히는 책이다.

흔히 고전이라고 하면 ‘고대 그리스 혹은 로마의 저작물’ 혹은 ‘지속적인 탁월함을 가진 작품’으로 정의된다. 이런 정의에 꼭 들어맞는 책이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이다. 두 책은 서양문학의 뿌리에 해당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칭찬을 하면서도 읽지는 않는 책”이나 “사람들이 읽었다고 생각하지만 읽지 않은 책”으로 간주되곤 한다. 두 책에 허용된 분량은 35쪽에 불과하지만 책들의 개관을 이해하는 데 손색이 없다.

단테의 ‘신곡’은 지옥, 연옥, 천곡의 3계를 오가는 대서사시다. 긴 여정 끝에 천국에 도착해 구원을 얻는 스토리를 다룬 이 책에서 압권은 지옥 편이다. “우리 인생 여정의 중반에 나는 어두운 숲에서 길을 읽고 말았다”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그가 묘사하는 지옥의 3단계는 총 9개 구역으로 나뉜다. 뒤로 갈수록 죄질이 나쁜 자들이 수용된다. 8구역에는 사기꾼과 악한들이 잡혀 있고, 이 구역에 수감된 유명 인사 가운데는 종교 창시자도 포함되어 있다. 쇼펜하우어는 “지옥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참담한 현실의 반영일 뿐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저자의 깔끔한 설명이 유난히 돋보이는 내용이 단테에 관한 부분이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파우스트’는 ‘악마와의 거래 장부’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이 작품은 실존적 위기에 빠진 파우스트가 악마인 메피스토펠레스와 타협해 악의 선봉장이 되는 이야기가 주요 내용이다. “영혼을 팔다”라는 표현이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하거나, 평판이 좋지 않은 세력과 결탁해 자신의 사익을 추구하는 행동을 예사롭지 않게 행하는 자를 두고 하는 말이다.

성장소설의 표준에 해당하는 ‘데미안’, 인간 본성을 예리하게 다룬 추리소설 ‘도둑맞은 편지’, 셰익스피어의 다양한 저작물에 대한 설명과 인용들도 여러분을 책에 빠져들게 할 것이다. 소설은 실용서와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는 것 외엔 대안이 없다. 긴 시간을 들여야 하는 만큼 어떤 책을 선택해야 하는가와 그 책의 전체 얼개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를 아는 데 이 책은 귀한 조언을 건넨다. 소설 읽기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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