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2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오른 사진입니다. 규모 5.8의 강진이 덮친 경주의 한 슈퍼마켓 내부를 촬영했네요. 소주 팩과 깨진 와인병이 바닥에 어지럽게 나뒹구는 모습을 보니 당시 상황이 얼마나 긴박했을지 짐작이 갑니다. 서울을 넘어 중국 상하이까지 흔들림이 전해졌다고 하는데요. 한국도 더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네요.
“만약 지진으로 사고 나면 보험금 받을 수 있을까?”
전례없는 충격에 이런 생각한 분들 많을 텐데요. 안전이 최우선이겠지만, 피해 복구에 드는 비용 또한 따져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에 앞서 우리나라가 얼마나 지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지 먼저 살펴볼까요?
지진의 직접적 피해는 내진설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건물 내부구조를 ‘ㄴ자형’이나 ‘T자형’으로 만들어 수평 진동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는 과정인데요. 이 공법이 의무화된 건 30년이 채 안 됩니다. 지진 발생 횟수도 적은 데다,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1988년에 들어서야 제한적(6층 이상ㆍ10만㎡)으로 도입됐죠. 2005년에 대상이 확대(3층 이상ㆍ1000㎡)되긴 했지만, 의무적용 이전에 지어진 건물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있습니다.
얼마나 위험한지 감이 안 온다고요? 얼마 전 서울시에서 조사를 해봤는데요. 5월 말 기준 시내 민간건축물(29만4000여 곳) 가운데 내진설계를 한 건물은 7만8000여 곳(26.6%)에 불과했습니다. 4곳 중 3곳은 지진이 발생했을 때 인명피해가 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죠.
건물주 : 지진보험 가입할게요.
보험사 : 그런 상품 없습니다.
기사를 읽다 보면 ‘어머 이건 꼭 사야 해’란 생각이 들 겁니다. 하지만 한국엔 지진 전용상품이 없습니다. 지진 피해를 보상해 주는 보험은 크게 자연재난보험과 민간보험으로 나뉘는데요.
우선 자연재난보험 중 지진 피해를 보상해 주는 건 풍수해보험이 유일합니다. 피해 금액의 최대 90%까지 인정해 주는데요. 쓰나미가 일어 주택(혹은 온실)이 침수됐을 경우만 해당합니다. 건물이 무너지면 보험료를 받을 수 없죠. 의무 가입이 아니다 보니 계약 건수는 1만2000건(2014년 기준)에 불과한데요. 보험료로 따지면 115억6000만 원 수준입니다. 국내 개인 주택이 총 1592만 호임을 고려하면 가입률이 0.1%에도 못 미치는 셈입니다.
민간보험 중에선 화재보험이 특약(주계약이 보장내용을 보완하는 것)으로 지진 피해를 보상해 주고 있습니다. 본인부담금에 비례해 보험료를 지급하죠. 이 역시 가입률이 저조합니다. 2180건(8400만원)에 머물고 있는데요. 화재보험 가입자 중 지진 특약을 넣은 비율이 0.14%밖에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의무가입인 사회재난보험은 지진보험이 없느냐고요? 붕괴나 폭발로 인한 손해는 담보하지 않는데다, 천재지변으로 인한 손해 역시 면책으로 하고 있어 지진 피해를 보상받기 어렵습니다.
이쯤되니 이웃 나라 사정이 궁금해지는데요. 지난해 일본의 화재보험 신규 가입자 중 지진보험 특약을 선택한 가입자는 60%에 달합니다. 우리나라 0.14%와는 큰 차이를 보이죠. 지진 강도에 따라 보험료율을 차등화해 선택의 폭이 넓은 데다, 보험료 세액공제까지 해주고 있어 가입률이 높다고 합니다. 미국(캘리포니아)과 터키, 멕시코 등은 지진 보험 가입이 의무입니다.
‘한반도 지진 안전지대론’은 이제 힘을 잃었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않으려면 건축물 내진보강도 해야 하고, 지진보험도 미리미리 가입해야 하죠. 400년마다 한 번씩 온다는 한반도 대지진, 그날이 내일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