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P2P대출과 크라우드펀딩을 빙자한 불법 유사수신 업체의 주의를 요구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과정에서 아직 혐의가 인정되지 않은 특정 핀테크기업을 연상하는 내용을 담아 해당업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금감원은 8일 ‘P2P금융을 사칭하는 불법 유사수신업체에 주의하세요’라는 제하의 보도자료에서 “P2P금융을 사칭하면서 투자원금 뿐 아니라 높은 수익을 보장해준다고 투자를 유인하는 불법업체에 대한 신고가 다수 접수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P2P대출 산업이 급격히 팽창하면서 이를 악용한 사기 영업행위가 늘고 있다는 판단에서 낸 자료였다.
이 자료에는 A기업 실제 기업명 이니셜이 그대로 담겼고, 첨부된 사례로 이 기업의 홈페이지 광고문안과 삽화 등을 그대로 따왔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광고에 나온 매입보증이제도나 중도인출이 가능하다는 점, 원금 손실 위험이 극도로 낮은데도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유사수신 행위로 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특정기업의 불법 유사수신행위에 대해 판단하면서도 실제 이 기업의 사업구조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핀테크 기업은 금융관련 기업으로 볼 수 없어 통보할 의무와 권한이 없다는 게 이유다.
해당 기업에선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부실채권 매입기관과의 계약을 맺었고, 매입보증을 위해 부실채권 매입기관이 각 투자건에 대해 5% 의무적으로 투자하게 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이 기업의 홈페이지에 처음 투자하는 이들을 위한 소개란에 투자원금이 손실될 수 있다는 설명도 돼 있었다.
금감원은 A기업과 함께 B펀딩 기업, C크라우드펀딩 기업 등 3곳의 수사를 수사당국으로 이관한 상태다.
이번 일로 금감원이 금융감독기관으로서 핀테크 산업에 대한 명확한 지표를 제시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A기업은 이미 수개월 전 투자금을 관리하기로 한 저축은행과 함께 사업모델과 영업활동에 대해 법과 규정상 문제가 없는 지 변호사를 통해 검토한 후 금감원에 자문을 구했다.
금감원 관계부서가 이 기업이 의뢰한 유권해석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단속부서에선 불법 유사수신으로 규정하는 엇박자가 발생한 셈이다.
일각에선 경쟁업체의 제보만을 맹신해 특정 기업을 겨냥한 표적 검사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사례로 제시된 3곳 중 A기업을 제외한 다른 두 기업의 경우 금전적 피해자가 나온 상황이지만, A기업은 단순 제보에 의해 규정위반 조사 이뤄졌다는 점에서다. A기업은 이미 전체 투자금 중 절반이 상환되는 등 정상적인 영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금감원 내부에서도 이번 일에 의아해하는 분위기다.
금감원의 다른 관계자는“피해자가 발생하지도 않은 기업에 대해 해당기업을 암시하는 내용의 보도자료가 나온 것부터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제가 불거지자 금감원은 보도자료에서 기업 이니셜과 홈페이지 광고문안 등을 삭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