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8개 면세점 사업자가 국산품을 팔 때 달러표시 적용환율을 담합했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과징금은 부과하지 않았다. 담합은 분명하지만 경쟁제한성과 소비자 피해가 미미했다고 본 것이다.
공정위는 11일 8개 면세점 사업자가 2007년부터 2012년 2월까지 14차례에 걸쳐 유무선 전화연락 등을 통해 국산품 적용환율 및 그 적용시기를 공동으로 결정하고 실행해 공정거래법상 가격담합 행위를 했다며 시정명령을 내렸다.
8개 면세점은 호텔롯데, 부산롯데호텔, 롯데디에프글로벌, 롯데디에프리테일, 호텔신라, 동화면세점, SK네트웍스, 한국관광공사 등이다.
적용환율은 면세점의 국산품 원화가격을 달러가격으로 전환할 때 기준이 되는 환율로 시장환율보다 적용환율이 낮으면 면세점이 이익을 보고 높으면 손실을 보게 된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면세점 사업자들은 2006년 7월부터 시내면세점에서 내국인에 대한 국산품 판매가 허용되면서 2007년 1월부터 롯데와 신라의 주도하에 국산품 적용환율에 대한 협의를 시작했다. 8개 면세점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은 90%가 넘는다.
이후 5년여 동안 총 14차례의 적용환율 및 그 적용시기를 담합해왔다.
담합이 끝난 것은 사업자들간 이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신라가 2011년 5월에 적용환율을 재조정하자고 제안했지만 다른 사업자들이 이를 거부하면서 담합에서 탈퇴했고 2012년 2~3월에 차례차례 롯데·동화 등이 탈퇴하면서 담합이 깨졌다.
공정위는 이번 건에 대해 행위금지와 정보교환금지를 포함하는 시정명령만 내렸다.
공정위는 당초 과징금 부과까지 고려했으나 전원회의에서 시정명령만 내리기로 결정을 내렸다. 전원회의는 법원이 1심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
전원회의는 통상 가격담합은 최종가격 담합을 말하는데 이번 건은 중간에 환율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가격을 담합한 것이라 성격이 다르고 최종 판매단계에서 사업자간 쿠폰 제공 등 할인행사가 활발히 이뤄져 경쟁제한성이 낮다고 봤다.
또 적용환율 수준이 시장환율 보다 낮은 경우뿐 아니라 높은 경우도 있어 이 사건 담합으로 인한 부당이득이 크다고 볼 수 없다고 과징금 미부과 사유를 밝혔다.
김재신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국장은 "전원회의에서 과징금을 부과하지는 않았지만 가격담합은 분명해 시정명령을 내렸다"며 "소비자피해 계산하려면 전체를 다 계산해야 하는데 불가능했다"고 이번 조사의 한계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