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에 ‘비둘기파’적인 모습을 보였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연준은 16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낸 성명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0.25~0.5%로 유지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2월 금리를 9년 반 만에 인상하고 나서 이후 지난 1월에 이어 2차례 금리를 동결하는 것이다. 이번 회의에서 정책적 변화는 없을 것이라던 시장 전망과도 부합했다. 이날 결정은 10명의 연준 위원의 9명의 찬성과 1명의 반대로 통과됐다.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금리 동결 배경에 대해 “글로벌 경제·금융시장 상황이 리스크로 자리 잡고 있다”면서 “저유가 영향으로 인플레이션이 단기적으로 낮게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또 “고용시장이 계속 개선되고 있는데 주목하고 있다”면서도 “물가 상승률은 연준의 장기 목표치인 2%를 여전히 밑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준은 통화정책 스탠스를 (시장에) ‘순응적(accommodative)’으로 유지해 고용시장 개선과 물가상승률 2% 회복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리 인상 속도가 ‘점진적(gradual)’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점도 재확인했다.
시장이 이날 주목한 것은 연준이 FOMC 성명서와 함께 공개한 경제 전망보고서였다. 보고서에서 연준은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을 2.2%로 예상해 지난해 12월 전망치(2.4%)에서 하향 조정했다. 내년 성장률도 종전의 2.2%에서 2.1%로 낮췄다.
고용시장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보였지만 물가상승률 전망은 낮춰잡았다. 연준은 올해 미국의 실업률로 4.7%로 제시해 작년 12월 전망을 유지했다. 그러나 올해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 전망치는 1.2%로 종전보다 낮춰 잡았다. 지난해 12월에는 1.6%로 예상했다. 다만 핵심 PCE 물가지수는 1.6%로 작년 12월 전망을 유지했다.
시장은 경제전망 하향 조정을 악재로 풀이하지 않았다. 대신 연준이 긴축 속도를 늦출 것이란 신호로 해석했다. 실제로 재닛 옐런 의장은 FOMC를 마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글로벌 경제 전망이 예전보다 악화됐다”면서 “예상치 못한 경제성장 둔화보다 깜짝 성장세에 대응하는 것이 더 쉽기 때문에 연준은 금리 인상에 있어서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17명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나타내는 점도표(dot plot)도 눈에 띄었다. 점도표에 따르면 연말 기준금리의 상단으로 1.0%를 제시한 사람이 9명으로 가장 많았다. 기준금리 상단으로 1.5%를 제시한 사람과 1.25%를 제시한 사람은 각각 4명과 3명이었고, 0.75%를 제시한 사람은 1명이었다. 이에 미국 금융전문매체 마켓워치는 지난해 12월 FOMC 당시 올해 금리인상이 4차례 있을 것으로 전망했던 연준 위원들이 2차례로 전망을 축소했다고 풀이했다.
옐런 의장은 기준금리 전망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옐런 의장은 “연준 위원 개개인의 금리 전망이 연준 전체의 향후 정책에 대한 약속이나 계획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경제지표와 전망에 따라 정책 변경할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 대한 질문에는 “이번 회의에서 마이너스 금리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블룸버그는 FOMC 성명이 지난해 12월에 비해 ‘비둘기파’로 돌아섰다고 평가했다. 닐 두타 르네상스매크로리서치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FOMC 성명과 경제전망 보고서 모두 비둘기파적이었다”면서 “글로벌 리스크에 대해 언급한 것은 연준이 세계 중앙은행으로서의 역할을 의식한 것이다. 연준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려 세계 다른 국가들의 디스인플레이션을 상쇄해야 한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