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알파고와 통화정책…이주열 총재, 불확실 언급만 12번에 부쳐

입력 2016-03-1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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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현 자본시장부 시장전문기자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상존”, “대외 경제여건 등에 비추어 볼 때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판단”, “국제금융 시장의 불확실성 불안 요인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 사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쏟아낸 말들이다. 앞서 이날 기준금리는 9개월 연속 1.50%로 동결됐다.

이 총재가 이날 기자회견 모두 발언과 질의 응답에서 ‘불확실’을 언급한 횟수만 무려 열두 번에 달한다. 지난달 기자회견에서도 이 단어를 열네 번이나 언급한 바 있다.

사실상 불확실성이 2월과 3월 금리동결의 가장 큰 원인이 됐음을 시인한 셈이다. 지난해 12월과 올 1월만 해도 이 총재가 이 단어를 언급한 횟수는 각각 한 번과 세 번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최근 세간의 관심은 온통 인공지능(AI) 알파고(AlphaGO)에 쏠려 있다. 알파고가 세계 최강 이세돌 9단을 상대로 한 바둑 대결에서 보기 좋게 3연승하며 승리를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수년 전 컴퓨터가 체스게임에서 이겼을 때만 해도 바둑에선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 호언장담하던 한 프로바둑 기사의 언급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더욱 당혹스럽게 한 것은 바둑 내용이다. 특히 두 번째 바둑에서 이 9단이 별다른 실수를 하지 않았음에도 초·중반 유리했던 판세가 뒤집히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기 때문이다. 이 바둑이 끝난 후 유창혁 9단은 한 수 한 수 최선의 수를 두지 않는다면 결코 이길 수 없다고 평했다. 이 9단이 중반까지 앞서면서 다소 느슨한 행마를 보인 것에 대한 지적인 셈이다.

“예상치 못한”, “되돌아보니 일리 있는 수”, “신개념”. 알파고와 이 9단의 바둑을 해설했던 바둑 전문가들이 쏟아낸 말들 중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들이다. 불현듯 알파고가 기준금리 결정을 내렸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너무 앞선 생각일지도 모른다. 이번 바둑을 보면서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이세돌은 책도 읽고 여가도 즐기는 등 종합적 판단능력이 있지만 알파고는 그게 없다”며 일각에서 우려하는 터미네이터 같은 존재의 출현을 부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다만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최고경영자(CEO)는 11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인공지능과 미래’ 주제 강연에서 “인공지능이 거시경제 등 분야의 해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통위 당일 한은 관계자들에게 이 같은 질문을 했더니 돌아온 답변은 그냥 미소뿐이었다. 한 관계자만 똑같은 미소를 지은 끝에 “결과는 같지 않았을까요”라며 조심스럽게 답했을 뿐이다.

추정컨대 알파고였다면 이 총재가 그토록 쏟아낸 ‘불확실’이란 언급만은 없지 않았을까 싶다. 주어진 상황에서 전체 판세를 읽고 최선의 한 수를 두는 알파고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의 불확실 또한 금리동결의 원인이 아닌 판단을 위한 주어진 변수로 간주했을 테니 말이다.

마침 유럽중앙은행(ECB)도 비판에 직면해 있다. 예상 밖의 완화책을 발표하고도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추가 인하는 없다”는 식의 발언에 시장의 실망감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드라기의 섣부른 발언, 실언이라고까지 평가하고 있다. 이를 빌미로 중앙은행 통화정책에 대한 한계 내지 무용론까지 확산할 조짐이다.

이는 인간의 통찰력과 직관을 넘어서려는 인공지능과 오버랩(overlap)되면서 최고의 통찰력과 직관을 보여줘야 하는 통화정책마저 분발을 요구하게 만드는 상황으로 몰고 있다는 판단이다. 유창혁 9단의 조언처럼 말이다.

“알파고는 종합적 판단 능력이 없다”는 인공지능 전문가들의 말이 “바둑에선 그런 일 없다”는 프로바둑 기사의 언급처럼 될 날이 머지않을지 모른다. 그때가 되면 금통위 현장에도 총재와 금통위원들이 아닌 컴퓨터 모니터만 놓여 있는 모습을 목격할지도 모르겠다.

이 같은 우려마저도 알파고 앞에서 작아지는 인간의 한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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