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면수의 이슈만화경] 어린이집 참관 제도, 누굴 위한 제도인가?

입력 2016-03-03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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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부 차장

고사에 보면 격화소양(隔靴搔痒)이라는 말이 있다. ‘신발을 신고, 발바닥을 긁는다’는 뜻으로, 일을 하느라 애는 썼지만 정곡을 찌르지 못해 답답하고 성에 차지 않을 때 흔히 인용된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2016년 보육사업 안내’ 지침을 보면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낸 부모들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한 ‘반쪽짜리 행정’, 즉 격화소양 격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2016년 보육사업 안내’ 지침에 따르면 어린이집에 다니는 영유아의 보호자는 어린이집을 방문해 보육 환경과 보육 내용을 참관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참관 희망 7일 전까지 신청서를 어린이집에 제출해야 한다. 뿐만 아니다. 참관자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영유아의 부모로 제한될 뿐만 아니라 신청서에는 참관 사유가 명확히 기재돼야 한다.

보호자의 어린이집 참관이 허용된 것은 지난해 5월 개정된 ‘영유아보육법’에 보호자의 어린이집 참관 요구 권한이 명문화됐기 때문이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어린이집 참관 허용은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아동학대를 사전에 막기 위한 방안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1월 인천 송도의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가 김치를 남겼다는 이유로 4살 아이의 뺨을 때려 바닥에 내동댕이친 사실이 방송을 통해 알려지면서 전 국민은 분노했다.

이후 각계각층에서 어린이집 운영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정부는 당정 협의를 통해 보호자의 참관권을 보장하고,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 법과 하위 법령인 시행규칙에는 영유아의 보호자가 참관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어린이집 원장은 보육에 지장이 없는 시간대를 선택해 참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했을 뿐 보호자의 범위나 신청서 제출 시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후 복지부는 지침을 통해 어린이집 참관 대상과 시점을 제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허울 좋은 참관권 보장’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7일 전에 미리 참관 신청을 한 후 어린이집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면 누가 굳이 참관을 하겠냐는 것이 대다수 부모들의 입장이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어린이집 참관을 하려고 하는 것은 나름대로 부모들의 의도가 있을 텐데, 정부가 너무 어린이집 원장들 이야기만 듣는 것 같다”고 비판한다.

어린이집 참관 제도는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보낸 부모들이 아동학대라는 두려움에서 조금이나마 걱정을 덜어 낼 수 있는 좋은 제도다.

하지만 그 대상이 부모로 제한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7일 전에 신청서를 작성해야 참관할 수 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규정이다.

만일, 어린이집 참관 이전까지 (그럴리야 없겠지만) 특정 아동을 대상으로 아동학대 징후가 보였지만, 참관 신청 후에는 전혀 학대의 징후를 찾을 수 없다면 그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

아울러 참관 대상 어린이집이 관련 제도를 악용한다면 내 아이들의 안전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어린이집 참관 제도, ‘반쪽짜리 행정’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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