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클래스 스토리] 고어텍스, 등산복부터 우주복까지 도전 함께한 ‘제2의 피부’

입력 2016-02-02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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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 아들 밥 고어, 우연히 ‘ePTFE’ 발견물방울 2만분의 1 크기 구멍 땀 배출 비 차단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 우주복으로도 사용100가지 테스트 거쳐 완제품 품질까지 보장

기능성에 대한 자신감으로 ‘표기한 성능을 보장한다’는 메시지의 브랜드가 있다. 방수ㆍ방풍ㆍ투습의 기능성으로 ‘제2의 피부’라 불리는 고어텍스 소재가 주인공이다. 고어텍스는 기능성 소재의 대명사가 되기까지 창업주의 원칙에 따라 철저한 품질연구와 100가지가 넘는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혁신적인 기능성으로 2007년 영국 인디펜던스지가 선정한 ‘세계를 바꾼 101가지 발명품’에 꼽히며, 지난 수십 년간 인류의 혁신 현장에 함께 했다. 기능성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바탕으로, 아웃도어 역사를 새롭게 써나가고 있는 것이다.

◇우연의 산물, 인류 극한의 도전 역사와 함께 = 고어텍스의 역사는 58년 전인 195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듀폰의 엔지니어였던 W.L.고어가 합성수지인 PTFE(폴리테트라 플루오로에틸렌)를 응용 연구하기 위해 자택 지하실에 공장을 차려 고어(W.L.Gore & Associates)를 창업했다.

이후 1969년 W.L.고어의 아들인 밥 고어가 합성수지인 PTFE를 확장시키는 방법을 개발했다. 그는 PTFE를 압출하고 성형하는 과정에서 실패를 거듭하다 우연히 뜨거운 합성수지를 갑작스럽게 늘려보았다. 이때 강도는 강하게 유지되지만 길이가 열 배가량 늘어난 새로운 소재가 탄생했다. 그는 이를 ‘확장된 PTFE(ePTFE)’라 칭했다. 이 신소재는 공기가 통과할 수 있는 미세한 구멍이 뚫린 분자구조를 지녀, 땀과 같은 공기는 통과하고 비와 같은 물을 막는 독특한 특징이 있었다.

독특한 특징의 ePTFE는 고어텍스 멤브레인의 근간이 됐고, 고어텍스 소재는 내구성 있는 방수ㆍ방풍ㆍ투습의 기능성을 갖추게 됐다. 고어텍스 멤브레인은 아주 미세한 구멍이 있는데, 이 구멍이 물방울보다 2만 배가량 작아 눈, 비 등 물방울이 재킷 안으로 들어올 수 없는 반면, 수증기 분자보다는 700배 크기 때문에 아웃도어 활동 시 발생하는 땀이 수증기 형태로 쉽게 배출되는 특징을 지닌다.

이렇게 발견된 고어텍스 소재는 1976년 미국 얼리윈터스에 의해 처음으로 상용화돼 극한에 도전하는 아웃도어 전문가들에게 먼저 기능성을 인정받았다. 대표적으로 1978년 고어텍스 재킷을 입은 라인홀트 메스너가 최초로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에 성공했고, 1981년에는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의 우주복 소재로 고어텍스 소재가 사용됐다. 국제남극대륙횡단팀이 1990년 고어텍스 아웃웨어를 선택한 것은 물론, 2005년 세계 최초 남극 사우스 조지아 카약탐험대 어드벤처 필라소피가 고어텍스 의류를 착용하며 그 진가를 입증했다. 특히 이 탐험대는 고어텍스 의류와 장비가 눈보라 치던 처음 열흘간 그들을 버틸 수 있게 해준 결정적 요인이었다고 언급했다.

◇매출의 10%를 R&D에 투자… 품질을 약속하다 = 지난 40여 년간 고어텍스가 변함없이 아웃도어 소재의 대명사로 불릴 수 있었던 것은 내구성 및 제품에 대한 신뢰를 최우선으로, 다양한 사업분야에 걸쳐 매년 매출의 10%를 연구개발(R&D)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고어텍스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가볍게 즐기던 등산부터 종주산행, 산악 트레일 러닝, 산악 사이클링 등 아웃도어 대상 범위가 다양해지면서 고어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연구개발에 대한 혁신으로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현재 일본 중국 영국 독일 미국 등에 고어텍스 공장과 R&D 센터를 운영하고, 쾌적함의 과학에 대해 연구하는 전담 팀을 따로 두고 있다.

또 기능성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는 만큼, 고어는 연구에서 디자인, 그리고 생산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서 엄격한 품질 관리 절차를 진행한다. 특히 모든 고어텍스 제품은 100가지가 넘는 테스트를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되는데, 대표적 테스트로는 마틴데일, 레인룸, 쾌적함 테스트가 있다.

고어는 소재 기업임에도 최종 완제품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1989년 아웃도어 업계 최초로 Guaranteed To Keep You Dry™(GTKYD™ㆍ건조 상태 보증) 시스템을 도입했다. 엄격한 품질 보증 제도인 GTKYD™는 25년 이상 계속된 고어의 약속으로, 모든 고어텍스 제품은 이 약속을 보증한다. 소비자가 고어텍스 제품의 방수ㆍ방풍ㆍ투습 기능성에 만족하지 못하면, 고어는 이 약속에 따라 수선, 교환 또는 환불을 진행해 품질을 보장한다.

지속적 투자와 100가지가 넘는 테스트, 완제품의 품질까지 보증하는 고어텍스 소재는 ‘소재 브랜딩(Ingredient Branding; In-branding)’의 성공 사례가 됐다. 소재 브랜딩은 최종 제품에 포함된 부품이나 소재 등 구성 요소를 브랜드화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아웃도어 의류 소매에 새겨진 고어텍스 마크로 제품을 믿고 구매하는 소비자가 등장한 것이다.

◇창의력과 혁신을 이끄는 수평적 기업문화 = 혁신적 기술 개발의 배경에는 고어의 독특한 기업문화가 있다. 미국 포춘지의 ‘가장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에 18년 연속 선정될 만큼 혁신적인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는 고어는 완전한 수평 조직으로 모두가 동료로 불린다. 이 같은 문화를 통해 동료들의 자기주도적 업무를 유도하고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으로 동료 간의 협업을 격려한다.

또 동료의 성장과 발전을 도와 팀에 기여하는 스폰서 제도도 고어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기업 문화다. 고어의 모든 동료에게는 성공을 지원해주는 스폰서가 있다. 이 프로그램은 해당 동료의 직장생활과 발전을 돕는 지속적이고 체계화된 프로그램으로, 상사·선임 대신 스폰서라고 불리는 멘토가 기업 문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자기계발과 회사 내 개인의 발전에 대해 조언을 해주는 것 역시 스폰서의 몫이다.

이뿐 아니라 창업자인 W.L.고어의 ‘쪼개라, 그래야 더 증식할 수 있다(Divide, so we can multiply)’는 철학을 바탕으로, 고어는 한 공장이나 조직이 200~250명을 넘으면 둘로 쪼개어 작은 조직을 만들고 있다. 작은 조직을 통해 필요한 역량을 가진 사내 전문가를 중심으로 팀을 조직하고, 보고업무 없이 작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고어의 독특한 기업 문화와 업무 방식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와 각종 경영 저서에서 좋은 사례로 소개된다.

더불어 고어는 ‘스위트 스팟’제도를 통해 직원과 회사 모두에 긍정적 시너지를 창출한다. 스위트 스팟은 직원의 관심사와 재능이 회사의 비즈니스 기회와 일치되는 것을 뜻한다. 일례로 프로 기타 연주가였던 고어 연구원 마이클은 우연히 고어텍스 섬유에 함유된 폴리머로 산악 자전거 바퀴살을 코팅했다가 예상 외의 좋은 결과를 얻었다. 그는 철로 만들어진 기타 줄의 음색이 땀이나 기름으로 달라지는 것을 발견하고, 산악 자전거의 바퀴살을 바탕으로 기타 줄 연구를 시작했다. 이후 3년 만에 음색을 3배나 오래 유지하는 기타 줄 엘릭서를 만들어 냈으며, 이는 지난 수년간 많은 사랑을 받았다.

고어텍스 소재가 현재 아웃도어 시장을 선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혁신적 소재, 수평적 조직 문화, 창의적 아이디어, 그리고 지속적 투자가 있다. 고어텍스의 혁신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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