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칼럼] 벤처기업의 진화과정 5단계

입력 2016-01-11 10:52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사업이란 기술이 시장과 만남을 의미한다. 벤처기업들이 기술 혁신으로 핵심역량을 확보하고 이를 시장과 결합하여 진화하는 과정을 재정리해 보기로 하자. 이제 생계형 창업과 달리 차별화된 역량을 가지고 출발하는 벤처기업들의 진화 단계를 제시해 본다.

1단계 창업 벤처는 대체로 기술 혁신으로 핵심역량은 보유하나, 시장은 획득하지 못하고 있다. 혁신은 이룩했으나, 체계적인 혁신 프로세스는 없고 특허도 단편적이고 자칫하면 기술만능주의에 함몰되는 경향이 있다. 창업 벤처는 기술 사업화를 위한 노잣돈을 엔젤투자가 혹은 크라우드펀딩으로 자금을 조달하여 험난한 죽음의 계곡을 넘어서야 성공적 창업 벤처로 인정받게 된다.

2단계 혁신 벤처는 창업 벤처가 틈새시장을 확보하여 진화한다. 벤처/엔젤 캐피털의 노잣돈으로 다윈의 바다라는 험악한 시장 경쟁의 바다를 건너, 틈새시장과 결합한 기술은 비로소 혁신적 가치를 창출하게 된다. 세분화된 틈새시장에서 지배적 역량을 확보하면 성공적인 혁신 벤처가 된다. 이들의 한계는 좁은 국내 시장이기에 글로벌화라는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게 된다. 최근에는 이 단계에서 M&A로 매각하고 재창업하는 연속 기업가가 등장하고 있다.

3단계 글로벌 벤처는 혁신 벤처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을 확보함을 의미한다. 좁은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화하는 과정에서 마케팅 혁신이 지난한 과제가 된다. 국내 프리미엄이 없는 만큼의 추가적인 차별화가 필요하고 유통 비용을 줄이기 위한 고품질화와 글로벌 교육 역량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신속한 현지화를 위한 기술혁신 프로세스의 확보는 당연하다. 본격적인 특허 분쟁에 대비한 특허 포트폴리오 전략도 필수적이다. 총체적으로 벤처 진화 과정의 가장 어려운 고비가 글로벌화 과정일 것이다. 한국의 ‘매출 1000억원 벤처’(이하 천억 벤처) 다수가 여기에 속하고 있다. 이들 천억 벤처기업의 글로벌화 이전과 이후의 성과는 특히 수익성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도 글로벌 유통 플랫폼의 등장으로 온라인 서비스 기업들의 글로벌화는 시작부터 가능해지고 있고, 이를 태생적 글로벌(Born Global)이라고 부른다. 이제 O2O 플랫폼은 제조업 벤처의 태생적 글로벌화를 촉진하고 있다.

4단계 글로벌 개방 벤처는 글로벌 벤처가 개방혁신을 통한 성장전략을 추구함을 의미한다. 창업 벤처가 기술로 킬러 제품을 만들어 글로벌 틈새시장을 확보하는 것이 1단계 진화라면 글로벌 시장을 새로운 핵심역량화해 다른 기업들에 개방해 성장하는 것이 2단계 진화다. 메디슨이 전 세계 70개국 시장을 국내 의료기업에 개방한 결과 의료산업 전체의 성장이 7%에서 21%로 급증한 바 있다. 이 단계 기업은 개방혁신 역량, 특히 상생형 M&A 역량이 중요해진다. 특허는 내외부를 통합해 포트폴리오로 가야 하고 마케팅과 기술의 교차 전략이 부각한다.

5단계 글로벌 플랫폼 벤처는 글로벌 개방 벤처가 플랫폼 기업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개방혁신은 시장 공유를 위해 개별적으로 협상을 해야 하나, 개방 플랫폼은 표준 인터페이스만 충족하면 시장 공유가 가능해진다. 이들 기업은 혁신 프로세스가 사업 모델과 결합하고 공급자와 고객이 결합하게 된다. 기업은 개방 생태계 문화의 형성이 중요한 도전 과제가 되며, 대규모의 M&A가 수반된다. 애플과 구글 등이 대표적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이다. 한국의 경우에도 라인과 스마일게이트가 이에 도전하고 있다.

벤처 진화 과정의 모든 기업이 소중하나, 특히 4·5단계의 글로벌 개방 플랫폼 벤처들은 단일 기업을 넘어 산업 전체의 성장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국가 차원의 응원이 필요할 것이다. 이제 글로벌화는 단일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초연결사회에서 기업들은 혁신과 시장으로 전문화하고, 이들을 혁신 시장으로 연결되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생일 축하해” 루이바오·후이바오의 판생 1년 [해시태그]
  • '풋살'도 '요리'도 재밌다면 일단 도전…Z세대는 '취미 전성시대' [Z탐사대]
  • "포카 사면 화장품 덤으로 준대"…오픈런까지 부르는 '변우석 활용법' [솔드아웃]
  • 단독 삼정KPMG·김앤장, 금융투자협회 책무구조도 표준안 우협 선정
  • 4인 가구 월 가스요금 3770원 오른다…8월부터 적용
  • 주말 내내 ‘장맛비’ 쏟아진다…“습도 더해져 찜통더위”
  • 코스피, 삼성전자 깜짝 실적에 2860선 마감…연중 최고
  • 고꾸라진 비트코인, '공포·탐욕 지수' 1년 6개월만 최저치…겹악재 지속 [Bit코인]
  • 오늘의 상승종목

  • 07.05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2,525,000
    • +2.33%
    • 이더리움
    • 4,358,000
    • +2.71%
    • 비트코인 캐시
    • 486,400
    • +4.9%
    • 리플
    • 638
    • +5.45%
    • 솔라나
    • 204,500
    • +6.45%
    • 에이다
    • 529
    • +6.44%
    • 이오스
    • 745
    • +8.76%
    • 트론
    • 184
    • +1.66%
    • 스텔라루멘
    • 129
    • +6.61%
    • 비트코인에스브이
    • 53,150
    • +5.77%
    • 체인링크
    • 18,760
    • +7.08%
    • 샌드박스
    • 433
    • +8.25%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