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B’로 가자] 거품붕괴 일본 증권업, 위기극복 비결은

입력 2016-01-0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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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출혈경쟁 접고 亞 시장 공략 강화

미래에셋의 KDB대우증권 인수로 국내 자본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핵심 키워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한국형 IB(투자은행)’이다. 이에 우리나라보다 앞서 증권업 침체를 극복하고 글로벌 투자 분야 세계 1위가 된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일본의 증권업도 1990년대 초반 거품이 걷히면서 위기를 맞았다. 저성장 국면에서 구조적 침체를 맞는 국내 증권업계 상황과 비슷하다. 1996~2010년 무려 147개사가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위기감이 팽배해진 일본 증권사들은 살아남으려고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했다. 피말리는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은 대형사들은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맞게 됐다.

일본 증권사 해외 진출의 대표주자는 독립계 증권회사였던 노무라증권이었다. 노무라홀딩스는 2008년 금융위기로 쓰러진 리먼브라더스의 유럽ㆍ아시아 사업부문을 인수하면서 대형화에 나섰다. 덩치를 키운 노무라는 기존의 수익모델을 탈피했다. 위탁매매 업무에 대한 수수료 출혈경쟁 대신 글로벌 IB화를 추구하고 성장잠재력이 높은 아시아 시장 공략을 강화했다. 일본 내에서도 인수합병(M&A) 자문 등 투자은행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했다.

그 결과 노무라증권은 지난해 기준 자기자본 11조원, 모기업인 노무라홀딩스는 자기자본이 24조원이라는 자금력을 갖추게 됐다. 일반적으로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에서는 대형 투자은행 보유 여부가 수주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리먼브라더스 인수라는 상징성과 함께 막대한 자금력을 갖추게 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시장에서 상당한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는 것이 IB업계의 평가다.

노무라와 함께 일본의 3대 증권사 중 하나로 꼽히는 다이와 증권(자기자본 14조원)도 유가증권 인수나 M&A자문 등 전통적인 투자은행 업무에 주력하는 가운데 적극적인 해외투자에 나섰다. 노무라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점진적인 대형화라고 할 수 있지만, 금융위기 이후 M&A 자문인력을 보강하는 등 아시아시장에서의 지역특화 투자은행 전략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중이다.

변화는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으로 노무라홀딩스의 4~9월 반기 연결순이익은 11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다이와증권 그룹 본사도 같은 기간 역대 최고이익을 기록했다. 고질적 문제로 지적됐던 천편일률적 수익구조도 개선됐다. 한때 50% 이상을 차지했던 일본 증권사들의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익은 2009년 이후 20% 이하로 줄었고 펀드판매 및 기타 수수료(자산관리 수수료 포함) 수익이 40% 이상으로 확대됐다.

일련의 변화를 겪은 일본은 지난해 2분기 기준 해외 투자·대출 잔고가 3조5000억달러까지 불어나 국제결제은행(BIS)이 집계하는 해외ㆍ금융투자 부문 세계 1위 국가로 올라서게 됐다. 일본이 영국, 미국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선 것은 처음이다. 국제사회에서 일본 투자은행들의 위상이 한층 높아지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증권업계도 일본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서영미 금융투자협회 기획연구실 연구원은 “투자은행 사업은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비용으로 해외 진출이 용이한 분야”라며 “국내 증권사들도 협소한 국내시장을 벗어나 투자은행 사업을 통해 장기 성장동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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