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의 우리술 이야기] 우리 술과 일본 술

입력 2015-12-0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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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

우리 술과 일본 술은 서로 많은 영향을 주며 변모해 왔다. 그러나 현재 양국의 술 산업 현황은 판이하다. 한국에서 좋은 술로 취급되는 것은 위스키, 와인, 사케 등 거의 대부분 수입산이다. 대중주인 희석식 소주와 막걸리는 가격이 싸지만 원료는 거의 수입산이다. 많이 마시는 맥주도 공장 맥주나 수제 맥주나 모두 맥아와 호프 등 원료는 수입산이다. 한국 술 산업은 농업 등 국민경제에 별로 기여하지는 못하고, 건강과 환경만을 해치고 있는지 모른다.

반면 일본 술은 종류, 가격, 품질 등이 다양하고 풍성하다. 우리에게 사케라고 알려진 일본 청주는 품질 기준으로는 수십 가지, 브랜드 기준으로는 수만 가지가 넘을 것이다. 소주도 희석식 소주 외에 많은 종류의 증류식 소주가 있다. 쌀소주, 고구마소주, 보리소주, 유구포성, 흑당소주 등 다양하다. 일본 청주와 증류식 소주는 일식과 함께 세계 시장에 퍼져나가고 있다. 일본의 위스키, 맥주 등의 산업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다 일본 술은 원료로 일본 농산물이 많이 사용되고 있어 일본 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일본 청주는 일본의 국주로서 일본산 쌀로만 만들게 되어 있다. 한국에도 연간 400만 리터 내외의 일본 청주가 수입되고 있다. 우리가 그만큼 일본 쌀을 소비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본 술의 뿌리는 우리와 관계가 깊다. 백제 사람 수수보리가 누룩으로 술 빚는 방법을 일본에 전해줘 지금의 사케가 나올 수 있었다. 증류식 소주는 임진왜란 때 도공 등과 함께 잡혀간 조선 사람에 의해 전래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일본은 개항 이후 서양의 양조 기법을 받아들여 맥주, 위스키, 와인 등의 산업도 키웠다.

한국은 주몽 탄생 설화와 고구려 고분벽화 등 오랜 술 역사와 문화를 갖고 있다. 또한 술을 즐기는 민족이다. 조선 말까지는 어느 정도 사는 집에서는 농사일, 혼례, 제사와 차례 등에 쓰이는 술을 직접 빚어 사용하는 가양주 문화가 일반화되어 있었다. 그러나 일제 침탈 이후 우리 술 산업과 술 문화는 서서히 말살되었다. 일제는 술을 우리 민족의 수탈 대상으로 이용했다. 1930년대 초에는 조선 조세 수입의 30% 정도가 주세수입이었다. 당연히 집에서 술 빚는 것을 금지하고 단속도 심하게 했다. 이와 함께 일본식 술 제조방식이 확산되었다. 지금 우리가 많이 마시는 희석식 소주도 1900년대 초 일본에서 도입되었다. 전통 청주는 일본 청주에 밀려나 청주라는 이름을 지금까지 쓰지 못하고 있다. 막걸리도 누룩 대신 일본식 술 빚기인 입국방식으로 대체되기 시작하였다.

해방 이후에도 일제강점기 규제의 답습과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우리 술 산업은 발전할 수 없었다. 우리의 차례나 제사상마저 일본식 청주가 자리 잡게 되었다. 순국선열과 조상님들이 원통해하고 슬퍼할 일이다. 지금 반도체, 핸드폰 등 한국의 일부 산업은 일본을 따라 잡아 앞서고 있지만 술 산업은 너무 형편없다. 술은 기호식품의 범주를 넘어 음식 문화의 중요한 부분일 뿐 아니라 시, 소설, 영화 등 다른 문화 영역과도 관계가 깊다. 또한 쌀농사 등 농업과 관광산업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한국 술 산업의 발전을 위해 가양주 문화의 복원을 포함해 원점에서부터 정책과 규제를 재검토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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