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인희 칼럼] 참을 수 없는 SNS의 가벼움

입력 2015-11-25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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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인희 이화여대 교수

얼마 전 대표적 SNS의 하나인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어 수십만명을 자랑하던 한 소녀가 만인으로부터 선망의 대상이 되었던 자신의 화려했던 모습은 가짜였노라, 민낯을 드러내며 고백하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이후 SNS 세계를 향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들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요즘 분위기인 듯하다. 이 대목에서 문득 체코 작가 밀란 쿤데라가 1984년 발표한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오버랩 됨은 비단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듯싶다.

MIT 교수 셰리 터클(Sherry Turkle)은 최근 ‘Alone Together’(굳이 번역하자면 ‘홀로 함께’ 정도가 되지 않을까?)란 흥미로운 책을 출간하면서 서론에서 의미심장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터클 자신이 온라인을 통한 소통이 처음으로 시작되던 당시 인터넷이든 모바일 폰이든 그저 단순한 도구에 불과할 뿐이라 생각하여 그 의미를 애써 확대하지 않았는데, 다시 돌아보니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이요, 바로 그 도구에 의해 인간 존재의 의미와 관계의 성격이 구성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금 우리 모두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또 인정해야 하리란 것이다.

이에 터클은 부제 속에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담아내고 있다. 왜 인간은 기술을 향해 더욱 많은 것을 기대하면서 정작 얼굴을 맞대고 터치할 수 있는 상대에 대해서는 기대를 줄여가고 있느냐는 것이다.

생생한 사례 연구 속에서 자신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서는 가운데 그녀가 밝혀낸 바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가 SNS를 통해 무수히 많은 관계망에 편입되긴 하지만, 정작 그 관계망 속에서 포만감이나 충족감을 느끼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이다. 페이스북 친구들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일별하노라면 어느새 2~3시간이 훌쩍 지나가게 되는데 그리하고 나면 허무하기 이를 데 없다는 경험자들의 솔직한 고백이 줄을 잇고 있다. 허무함을 익히 알면서도 중독된 사람처럼 하루 두세 시간씩 페이스북에 올라온 지인들의 소식을 좇아 다니는 이들을 일컬어 터클은 ‘SNS 스토커’란 이름을 붙여주었다.

뿐만 아니라 SNS 소통에 매료된 이들은 남녀를 막론하고 전화 통화를 무척이나 꺼린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전화를 기피하는 이유는 전화선 저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속엔 항상 미묘하고도 다채로운 감정들이 담기기 마련인데, 그 감정을 정확히 해석해서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무척이나 부담스럽고 성가신 작업이기 때문이란 것이다.

게다가 전화를 언제 끊어야 좋을지 타이밍을 잡는 것 또한 쉽지 않은데, 행여라도 아직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상대방이 먼저 전화를 끊자고 제안할 경우 ‘거절당했다는 느낌’ 아니면 ‘버림받았다는 좌절감’까지 느끼게 되어 전화를 기피하게 된다는 것이다. 전화를 원치 않는 이유는 또 있단다. 문자 메시지나 이메일의 경우 자신이 원할 때 보낼 수 있고,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는 데 반해, 전화는 지금 받아도 좋을지부터 무슨 말을 해야 할지까지 모두 자신의 통제범위 밖에 있기에 가능한 한 전화를 멀리한다는 게다.

문제는 오프라인 상호작용의 의미를 충분히 경험했던 세대는 온라인 관계의 가벼움 내지 허탈함을 경계하고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반면, 처음부터 온라인 세계에 몸담기 시작한 세대는 SNS 소통으로부터 충분한 만족감을 얻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세계는 원래 그런 곳’이라고, ‘별다른 대안이 없을 것’이라고 지레 짐작하여 체념한다는 것이다.

역시 관건은 균형감각에 있으리라. 휴먼 터치가 살아 있는 오프라인 관계의 진정성과 신속함·효율성을 담보하는 온라인 관계의 묘미를 적절히 배합하는 것이 현재로선 정답에 가장 가까울 듯하다. 때론 ‘디지털 단식’의 홀가분함 속에서 뜻밖의 자유를 만끽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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